하늘에서,
구름이 분주히 집을 짓고 있습니다.
뽀얀 우유 같던 하늘 색깔은
점점 초콜릿 우유처럼 바뀌더니
시나브로 기어이 비를 뿌릴 모양입니다.
봄에 내리는 비는,
마음을 허둥대게 합니다.
행여나 비가
봄을 피우는 꽃들을 너무나 빨리 데려가버릴까 봐
조바심을 내게 됩니다.
© prithiviraj, 출처 Unsplash
언제였을까요.
아주아주 오래전 옛날이야기입니다.
땅이 물을 먹고
공기가 따사로움을 먹을 때
지평선 어디쯤에서
안개처럼 피어오르던 아지랑이를 보았던
그때 그 봄 그날.
신기루처럼 꼬물꼬물 피어오르던
한줄기
하늘에 닿던 빛의 길을 따라 반짝이던,
모락모락
움트던 그 아지랑이.
불현듯 결코 지우지 못할
영화의 한 장면처럼
너무도 선명하게 각인된
그 한 장이
속절없이
바람에 비에
날리는
솜사탕처럼 달짝지근한 오늘에 닿았습니다.
그날 그곳은,
통영의 한적한 시골이었습니다.
문밖을 나서면 논밭 저멀리 지평선이 하늘과 선을 대고 있는 곳이었지요.
잠시,
휴가처럼 그곳에서 지내던 때
막 흙을 엎어 밭갈이를 끝내고 있던 그곳.
그곳에서 지금도 봄이면 불쑥 튀어오르는
아지랑이 봄풍경을 만났었지요.
아지랑이는
이미 피고 지고
꽃은
지금 피고 지고
그렇게
봄의 한 데에
목석처럼 서있습니다.
오늘의 봄의 싱그러움과
어제의 봄의 애틋함과
내일의 봄을 기다리는 떨림이
오늘,
내 마음에서는
땅 속에서 아지랑이로
하늘하늘 피어오르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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