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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자 Mar 19. 2022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날은  용혜원 詩

210603 그날도 오늘처럼 비가 내렸나봅니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날은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날은

사랑에 더 목마르다


왠지 초라해진 내 모습을 바라보며

우울함에 빠진다


온몸에 그리움이 흘러내려

그대에게 떠내려가고 싶다

내 마음에 그대의 모습이 젖어 들어온다

빗물에 그대의 얼굴이 떠오른다


빗물과 함께

그대와 함께 나눈 즐거웠던 시간들이

그대를 보고픈 그리움이

내 가슴 한복판에 흘러내린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그리움이

구름처럼 몰려와

내 마음에 보고픔을 쏟아놓는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날은

온몸에 쏟아지는 비를 다 맞고서라도

마음이 착하고 고운

그대를 만나러 달려가고 싶다


용혜원 








아침부터 안개 꼬리를 달고 내리던 비는

밤이 된 지금까지 

여전히 안개 꼬리와 함께

내리고 있습니다.

비는

가만히 소리를 죽인 채

바람 좇아 이리저리 흩날리며

쌓입니다.

늦은 해 질 무렵

잠시 동네를 걸었습니다.

땅은 목을 축이고 

나무도 꽃도 열매도

물방울을 매달고 있었습니다.

해대신 데려온 구름으로

세상은 어두컴컴 

초점 잃은 사진처럼 흐릿하고

달리는 차들은

피로한 듯 빛들을 토해내고

젖은 아스팔트는

짙은 물빛을 먹고 있었습니다.




괜히 물 튀기며 걷는 길은 

젖은 흙을 밟고 보도블록을 밟고

통통 빗방울도

얼굴에 낭낭하게 맞으며 

춤추는 음표 같은 싱그러움을 맛보는

길이었습니다.

그 길에서 만난 나무들을 한참 바라보며 

상큼한 레몬 같은 향그러움도 느끼며

아주아주 천천히 걸었던 길을 되돌아왔습니다.



오늘 하루는 

종일 비가 내리고,


종일 창밖을 바라보고

종일 빗소리를 듣고

종일 안개 눈도 보고

짧은 외출을 하며

채웠습니다.

비가 오는 날은

항상 그랬습니다.

언제 적인지도 모를,

어딘지도 모를

아련한 그 어느 때로

훌쩍 떠나버리는 기분이 듭니다.


슬픈 음악이 듣고 싶기도 하고

기억 속에 꽁꽁 숨어있을

그 누군가가 보고 싶기도 하고

속절없이

그리움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소리도 없이 사부작사부작

고요를 내리는 비와 함께

오늘을 보냈습니다.






뒤적여보니 작년 초여름 쯤에 쓴 글인가 봅니다.

그때처럼 엊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내 곁에 비가 있습니다.

비릿한 비내음이 주위를 감돌고

나는 실컷 취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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