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넷플릭스 드라마「Special」

당신은 어떤 장애를 가지고 있나요?

by 혜성

넷플릭스에서 우연히 발견한 TV시리즈 ‘Special’은 뇌성마비로 인해 신체가 불편한 게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20대 중후반에 접어들었지만, 불편한 신체로 인해 항상 엄마의 그늘 안에서만 살아온 주인공 라이언. 한 회사의 인턴으로 입사하면서 아슬아슬한 그의 홀로서기가 시작된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섞여 있지만,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비장애인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속의 장애들이 들춰지면서 그 경계가 모호해진다. 여기서 등장하는 장애인 캐릭터들은 단순히 몸만 불편할 뿐, 똑같이 감정을 느끼고 사고한다. 남에게 피해를 줄까 소심하게 걱정하면서도 남들과 다르다는 자신의 현실을 직면하고,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어 긍정적으로 생활해 나간다.


주인공 라이언을 연기한 라이언 오코넬(실제 이름)은 실제 뇌성마비로 몸이 불편한 배우이자 작가, 프로그램 제작자이다. 극 중의 라이언은 공식적으로 막 사회에 진출한 사회초년생이다. 항상 엄마의 보호 아래 살았기 때문에 자신이 장애인의 그룹에 소속되어 있는지 아닌지 굉장히 헷갈려 하지만 성지향성에 있어서는 확고한 편이다. 그는 게이이다. 그는 지능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신체가 불편할 뿐이라 비장애인 그룹에 끼려고 부단히 노력하지만 자신의 장애를 변태적으로 신성시하는 이상한 놈들만 걸려들고, 애정관계에 있어서 자신의 처지를 알기 때문에 항상 을(乙)을 자처하기도 한다.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글을 다루는 웹사이트의 작가로 채용되고 그는 자신의 장애를 다루는 글을 쓰면서 조금씩 자존감을 회복해 나아가며 성장하는 캐릭터이다.


엄마 캐런의 직업은 간호사이고, 병상에 누워 있는 자신의 엄마와 장애를 앓는 아들을 돌보며 오랜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돌봄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외로운 싱글맘이다. 돌보는 것이 자신의 인생의 전부라고 믿고 있으며 독립하려는 아들에게 자신이 없으면 안 될 거라면서 놓아주지 않으려고 한다. 독립한 아들이 다시 돌아오길 바라면서 다른 남자와 성관계는 맺으나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며 아들의 짐을 정리하지 못하고 그대로 둔다. 그런 그녀는 그녀는 사회적 관계 안에서 항상 착취당하는 입장에 놓이게 된다.

직장 동료이자 유일한 절친인 킴벌리는 쇼핑중독자이다. 그녀는 회사 내에서 최다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베스트 작가이지만, 무분별한 명품쇼핑 때문에 파산 직전이다. 회사 내에서 굉장히 당당하고 쾌활하며 타인의 시선에 굴하지 않고 언제나 당당한 여인으로 나온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인도 여성으로서 백인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살의 몸부림이 기저에 깔려있는 자기 과시형 캐릭터이다.


장애를 가진 주인공의 성장과정을 담고 있기 때문에 선뜻 볼 용기가 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신체적인 장애를 넘어서, 우리의 대다수는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타자의 인정에 집착하는 마음의 장애를 앓고 있다. 원인이 어릴 적 부모님의 불균형적인 사랑이던 우연한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던 간에 절대로 되돌릴 수 없으며, 아마도 평생 간직해야 할 확률이 높다. 이것이 비정상적인 행동으로 발현되는 경우를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빈곤함을 가리기 위해 지갑 사정에도 맞지 않는 명품을 사며 무분별한 소비를 하는 사람이나 가족, 친구나 애인을 깍아내려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려는 사람들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이 드라마에서 풍자하고 있는 것이 한 가지 더 있는데, 주인공이 다니고 있는 직장에 대한 문제이다. 이곳은 사람들에게 건강한 삶과 행복 그리고 삶의 영감을 주는 글을 배포하는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곳인데, 문제는 이곳 작가들이 그다지 건강하거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를 운영하는 목적은 돈이기 때문에 대표는 주인공에게 조회수가 많이 나오는 그의 장애 스토리를 쓰라고 압박한다. 어째서 이런 이야기에 사람들이 관심이 있을까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자신보다 불행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연민을 느끼는 동시에, 자신의 삶이 이것보단 조금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 주인공의 자아는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데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그를 응원하게 되면서 그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서, 나 스스로를 한번 돌아보게 하는 메시지도 분명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조금은 철학적이기도 하고 인생에 대한 깊은 주제의식을 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기서 강조하는 것은 자신의 장애(부족함)를 극복하기보다 받아들이고 당당하게 살자라는 뉘앙스를 명확히 들어내기 때문에 전혀 어렵지 않다. 또한, 에피소드당 30분이 조금 넘어서 틈나는 대로 하나씩 보기에도 부담이 없으며, 이야기의 진행이 밝고 코믹하게 흘러가기 때문에 쉽게 가볍게 시청할 수 있는 좋은 드라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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