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왜 섹스는 부끄러울까?

[퀴어에세이]나의 생각들.

by 혜성

섹스는 건강한 연인관계에서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타인으로부터 사랑받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섹스는 감각적이고 실질적인 방법으로 그것을 채워준다. 하지만 무엇이 올바른 관계인지 상대방을 어떻게 배려하고 기분 좋게 하는지 편안하게 배운 적이 없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의 ‘성의 역사’에서 주로 동양(일본, 중국 그리고 인도 등)에서는 성관계에 대한 연구가 꽤 오랫동안 전해 내려왔다고 한다. 하지만 서구의 기독교에서는 성(Sex)을 고백해야 할 죄로 취급하며, 자손의 번식이란 명목 하에 부부간의 관계에서만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망을 죄라고 지목하고 죄책감을 가지고 종교의 권력 안으로 편입시키는 게 목적인 것이다.


섹스는 질병을 옮길 수 있는 행위이면서 욕망하는 대상과 친밀함을 나눌 수 있는 수단으로 양날의 검과 같다. 그래서 더욱 신중해야 한다. 나의 학창 시절을 돌아보면 바나나에 콘돔을 끼우는 연습과 해부된 개구리처럼 몸이 단면을 잘려나간 신체 부위를 두고 재생산의 작동 메커니즘을 가장 시시한 방법으로 가르치던 게 떠오른다. 유일하게 그 시간이 섹스에 대해서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스무 명 가까이 모여있는 교실 안에서 진지하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적인 질문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며, 교사들도 이를 반기지 않았다. 보수적이고 전통을 중시하는 가정에서부터 특정 종교를 믿지만 전통에서 자유로운 가정까지 섹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가족들과 영화를 보는 중에 조금이라도 야한 장면이 나오면 방안이 진공상태가 된 듯 조용해진다. 그리고 아빠는 채널을 돌린다.


나의 첫 섹스는 16살 때였다. 내 상대는 24살의 대학생 형이었고, 우린 다음 카페에서 이야기하다 친해졌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어린 남자아이는 나이가 있는 사람의 시중을 들며 섹스를 전수받는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나에게 사부와 같았다. 과학용어로 범벅된 따분한 책과는 비교할 수 없는 교육적 현장이었다. 섹스를 하기 전의 준비 사항, 입술과 혀로 애무해서 상대의 긴장을 풀어주는 방법과 사랑하는 이를 최대한 부드럽게 다루는 방법을 터득했다. 콘돔을 사용했고, 내가 거절하면 바로 멈췄다. 침대는 권력을 확인하는 공간이 아닌 존중과 배려의 공간이다. 그리고 난 그게 건강한 섹스라고 생각한다.


*동성애라는 단어는 17세기 이후에 발명이 됐으며, 특정한 종으로 취급됐다. 그 전까진 남성과 남성의 사랑 행위를 병리적으로 취급하는 용어의 존재는 없었다. 동성애를 했다는 기록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상당히 흔한 일이었다. 종교와 산업혁명 그리고 과학이 발달하면서 정상적인 섹스와 비정상적인 섹스를 분류하여 악이라 규정했다.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 배웠을까? 첫 번째 방법은 술자리에서 비슷한 나이대의 약간 경험이 많은 선배나 친구들에게 듣는 무용담이다. 보통 이런 친구들은 자신의 위신이나 체면을 위해 과한 포장을 때문에 대부분의 내용은 박력 있게 그리고 남자답게 나가야 여성들이 좋아한다는 경험에 기반한 소설이다. 두 번째는 포르노다. 그곳은 시각적으로 파격적인 세계이자 인간의 야성을 극단적으로 표현하는 공간이다. 대부분의 시청자가 남성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상황에서 채울 수 없는 환상 저편의 것을 보여주며 여성을 비 주체성을 띈, 남성의 성기에 무력한 인간으로 전락시켜 버린다. 이 모든 것들엔 권력이 존재하게 된다. 남성은 주체적이고 욕망에 주체 못 하는 늑대처럼, 여성은 남성의 욕망을 해소시켜주는 비 주체성을 띄는 토끼나 여우로 그려진다.


나는 모든 사람들이 경험자들과 직접 관계를 가지면서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섹스는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욕구이고 단순히 제재하고 입을 다무는 방식으론 해결되는 영역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다. 물론 절제가 없는 욕망은 잘못된 방향으로 나갈 가능성이 크지만, 우린 실수를 통해 배우고 그걸 통해서 통제를 배운다. 그리고 안전한 선에서 실수할 기회를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내 애인의 조카는 16살이다. 그녀는 이번에 남자 친구가 생겼고 피임약을 먹고 있다고 밝혔고, 그녀의 가족들은 그녀를 죄인 취급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족들은 그녀가 섹스를 하기엔 너무 어리고, 공부할 나이이므로 남자 친구를 만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녀는 가족의 일원이고, 가족들이 제시한 안전한 가이드라인을 따라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난 반대한다. 그녀의 생사가 걸린 문제가 아니라면 그녀가 남자 친구를 사귀던 헤어지던 그건 그녀의 문제이다. 가족이 반대한다고 그녀가 섹스를 하지 않을까? 오히려 가족들 몰래 죄책감을 가지고 관계할 가능성이 크다. 난 그럴 바엔 차라리 올바른 피임방법과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16살이면 사실을 받아들이기에 늦은 나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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