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책 리뷰] 수영장 도서관 by 알렌 홀링허스터

동성애와 제국주의

by 혜성

소설 『수영장 도서관』(1988)은 앨런 홀링허스트 (Alan Hollinghurst)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이 작품은 영국 작가가 쓴 최고의 동성애 문학이라는 평을 받았고 *서머싯 몸 상과 스톤윌 도서상, 미국 문예 아카데미의 E.M 포스터상을 수상했다.


서머싯 몸 상(The Somerset Maugham Awards)은 1947년 서머싯 몸이 제정한 젊은 문학인들을 위한 상이다. 서머싯(1874~ 1965)은 영국 태생의 소설가이자 극작가이다. 양성애자 기질과 바람기로 유명해서 불행한 결혼생활을 했다고 한다.
스톤윌 도서상(Stonewall Book Award)는 미국에서 출판된 영어 도서에서 ‘게이/레즈비언/양성애/트랜스젠더 경험과 관련된 탁월한 공로’를 인정하는 3개의 문학상의 집합이다.
E. M 포스터 상(E. M. Forster Award) 동성애를 주제로 한 유명한 영국의 소설가 포스터는 사후 그 소설의 출판권과 로열티를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에게 물려주었고, 그는 이를 미국 문예 아카데미에 양도하여 미국의 체류를 꿈꾸는 젊은 영국 작가들에게 20,000달러의 상금을 주도록 하였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곳은 1983년 런던이다. 윌리엄은 스물다섯 살의 귀족집 아들이고, 꽤 많은 재산을 소유한 할아버지 덕에 백수로 지내고 있다. 백인, 금발에 대학교육까지 마친 미남으로 영국 특권층의 자녀를 상징한다. 그가 매일 수영하는 공간은 다양한 계층의 게이들이 모이는 곳이다. 그곳에는 헬스클럽과 수영장을 멤버십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나이가 많을수록 비용이 더 부과된다. 어느 날 공중화장실에서, 윌리엄은 심방 마비로 쓰러진 노인 찰리를 심폐소생술로 살리게 되고, 이를 계기로 찰리와 친구가 된다. 찰리는 자신의 전기를 집필해줄 작가로서 윌리엄을 고용하게 되고, 동성애가 불법이었던 시절, 찰리의 일기를 읽어나가기 시작한다. 젊었던 찰리와 흑인 노예와의 사랑은 윌리엄이 당시 사귀고 있던 열일곱 살의 가난한 흑인소년 아서와 자신을 떠올리게 만든다.


문학 비평가들 사이에선 이 소설이 오스카 와일드의 문학처럼 굉장히 퇴폐적이라는 평을 받았다. 운동으로 몸 가꾸는 걸 좋아하고 성적으로 항상 흥분해 있는 주인공의 시선으로 주변이 묘사되기 때문에 성행위와 남성의 성기, 근육에 대한 묘사가 자세하고 자주 등장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이 인문학적으로 의미 있는 이유는 소설 속의 성(Sex)이 제국주의적 욕망과 밀접하게 연관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한 때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에 자세히 서술되어 있는데, 서구가 연구해온 동양(당시 동양이라 함은 인도나 중동을 가리킴)에 대한 담론들은 동양을 있는 그대로 반영한 것이 아니라 서구의 선입견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동양에 대한 연구는 19세기 제국주의가 심화되면서 시작되었는데, 동양을 측정하고 분류하고 기록하는 과정이 일종의 권력이자 지배의 상징임을 그는 이 책을 통해서 주장하고 있다.


섹스는 두 사람이 함께하는 행위이다. 윌리엄(백인, 지배계층)과 아서(흑인, 피지배계층)의 섹스에서 윌리엄은 식민지인 역할을 아서는 피식민지인 역할을 수행한다. 사고로 인해 상처를 입은 아서를 윌리엄은 치료해 주지만, 무력한 그와 폭력적으로 옷을 벗기고 섹스를 강행하는 장면에서 이 관계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또한, 소설의 시점이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진행된다. 오직 윌리엄의 주관적인 생각과 감정만을 묘사하고 다른 사람들의 은밀한 곳에 시선을 두는 행위로 시선의 폭력을 가하는 가해자의 역할만을 강조한다. 위에서 언급했듯 그는 타인을 측정하고 분류하여 섹스할 상대를 고르고 정복한다. 그가 느끼는 오르가즘은 타인을 제압하고 소유했다는 폭발적인 제국주의적 감성과 다를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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