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에세이] 우리가 경험한 일.
우리는 거의 매일 통화한다. 1년 6개월의 연애기간 동안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는 항상 그래 왔다. 상대방이 특별히 필요한 날은 제외하곤 자기 전에 통화를 한다. 짧게는 5분에서 길게는 40분까지 그날 우리가 뭘 했고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낮에 전화가 오는 경우는 긴급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이다. 애인이 외국인이고 한국에서 일을 하고 있다 보니까 공기관에 가서 일처리를 해야 할 때가 있다. 직원분들 중에는 영어를 하려고 시도하거나 알아듣기 위해서 귀를 기울여주는 고마운 분들이 있는 반면에 정말 무시하고 한국어로 유창하게 설명하시는 분도 계시다. 애인은 굉장히 독립적이어서 스스로 해결하려는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나에게 전화를 걸 정도면 두 손 두발 다 들고 내 통역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나는 외국인 취급은 많이 당해봤지만 애인처럼 직접적인 언행이나 품행으로 차별을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이 놀란다. 가끔 그는 화가 나서 가부장적이고 관료주의적인 한국문화를 부정적으로 이야기할 땐, 마음 한 구석에 불편한 느낌이 있었다. 이것은 가상의 한국의 아이덴티티를 위협받는 기분 이리라. 그러면서도 그를 공감하기도 한다. 나는 가끔 나이가 적어서, 신체가 불편해서, 나이가 들어 귀가 잘 안 들려서 부당하게 대우받는 분들을 자주 목격하기 때문이다.
한 번은 향수를 사기 위해 신세계 백화점에 갔을 때 일이다. 새로 론칭한 브랜드라며 고급 브랜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애인이 이것저것 설명해 줬다. 아직 큰 회사가 아니어서 그런지 가게 규모가 나와 애인 그리고 직원 한분이 서있으면 꽉 찰 정도로 작았다. 우린 그곳에서 향수를 시향하고 있었고 여성 직원분이 굉장히 적극적으로 향에 대해 어필하고 있었다. 베스트셀러와 우리의 향수 취향을 반영한 향수를 차례로 시향 하게 해 주었다. 애인이 자신이 좋아하는 향이라며 손을 공기 중에 몇 번 흔들더니 나에게 가까이 붙어서 맡아보라고 했다. 살짝 스모키 한 향과 이끼가 낀듯한 나무향이 나서 굉장히 독특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순간 여직원의 눈동자가 커지면서 우리로부터 멀어지려는 것을 꼈다. 좀 전에 친구처럼 수다스러운 태도는 사라지고 냉랭한 분위기가 감돌 정도로 단 한마디도 우리에게 건네지 않았다. 친구스럽지 않은 행동으로 그녀는 우리가 게이임을 눈치챈 것이다. 그녀는 다른 볼 일이 있다는 듯 향수를 정리하고 있었다.
우리가 커플이라는 것을 알기 전까진 공적인 사이였지만 이후에 우리는 유령으로 격하되었다. 그녀는 차별을 했고 그것을 부당한 행위이다. 나는 그녀가 우리를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각자의 취향이 있다. 하지만 지극히 공적인 자리에서 자신의 감정을 덧칠하는 행위가 프로페셔널한 일인지는 물음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