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에세이] 내가 본 것들.
이번 주말엔 서울여행을 다녀왔다. 집에서 일과 공부를 다 해결하는 나를 데리고 동아시아의 부처님상을 전시하는 곳으로 가자고 애인이 데리고 왔다. 날씨가 잿빛으로 변하고 구름이 끼더니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 우산도 없고 지친 상태라 박물관 근처에 있는 커피숍을 가기로 했다.
베이지색, 검은색, 회색의 옷들이 우리 옆에 나란히 줄 서 있었고, 신호등의 빨간등이 보이는 반대편에도 같은 색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 서있었다. 흰색과 검은색의 차량들은 우후죽순 양보 없이 제 갈 길을 탐닉하며 목적지를 향하고 있었다. 갑자기 한 택시가 신호등 중간에 서더니 할머니 한 분이 내리셨다. 검은색 코트에 브로콜리 같은 헤어스타일이었다.
나는 빨간색과 남색으로 지중해식 패턴 무늬가 그어진 짙은 갈색의 쟈켓과 하얀색 코르덴 셔츠, 무지개색 긴 양말을 신고 있었고, 애인은 밝은 파란색 패딩에 노란색 가죽구두와 열대우림이 박힌 가방을 메고 있었다. 난 수많은 인파 속에서도 내 애인이 나를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만의 색이 있다는 것에 기뻤다.
‘한국 사람들이 왜 검은색이랑 베이지를 많이 입어? 차도 검은색이랑 하얀색만 타는 거 같아.’ 나는 차 색상은 타고 다니는데 크게 튀지도 않으면서 쉽게 되팔 수 있어서 무난한 색상을 고른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근데 옷은 왜 일까 생각을 해봐야 했다. 내가 최근에 케이팝이나 드라마를 잘 안 봐서 모르는데, 언젠가 드라마 속의 남녀 주인공이 입거나 신거나 먹거나 한 게 대유행을 불러온 게 생각이 나서 아마 그 영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대답해줬다.
아마 유럽인 눈에는 조금 이상하게 이런 문화가 낯설 수 있겠다 생각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 색상과 아이템들을 뚜렷하게 가지고 있고 그걸 통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뽐내는 소비를 하는 게 보통이니까 말이다. 그에 반해 한국인의 문화는 유명한 연예인이 어떤 스타일을 하고 드라마에 출연하는지에 따라 너도나도 그걸 따라 하기 위해서 소비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내가 남들과 얼마나 다른가를 확인하기보단 내가 남들처럼 얼마나 유행에 민감한지 확인하고 안심하는 것 같다.
‘조선의 승려 장인’ 전시회를 보러 들어갔다. 조선시대의 부처들을 조각하고 그들의 역사 현장을 그린 그림들이 화려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큰 화선지에 위엄 있게 만트라를 하고 명상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며 주변의 제자들에게 말씀을 전달하는 모습은 어떠한 신성함을 담고 있었고 거침없이 선과 화려하기 그지없는 색상들은 대단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이 그림 속엔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고 도의 깨달음을 얻은 위대한 스승의 모습이 너무나도 부각되지만 이 그림을 그리니 사람은 어떤 사람이고 누구일까? 우리가 다비드상을 보고 미켈란젤로의 천재성을 생각하지 다비드는 어떤 인물인가를 먼저 떠올리지 않는다. 나는 이런 동양의 역사성이 현재의 유행 문화, 아이돌 문화나 대통령을 신과 같이 경외시 하는 문화가 생기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자신의 자아를 지우고 경외감을 가져야 하는 대상과 직업적으로 뛰어난 사람을 위해 헌신해야 하는 것은 내 눈엔 조금 씁쓸하게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