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넷플릭스 영화「제럴드의 게임」

[영화리뷰]

by 혜성

영화 포스터


스티븐 킹의 고딕소설을 영화화한 동명의 작품 ‘제랄드의 게임(2017)’은 공포영화의 분위기를 지니면서 묵직한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페미니즘 영화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제시와 제랄드가 소원했던 사이를 회복하기 위해서 외딴 별장으로 온다. 한 달 정도를 둘이서만 오붓하게 보내자고 계획했기 때문에 별장 관리인은 음식들을 풍족하게 사두고 당분간 별장에 방문하지 않기로 한다. 제랄드는 숨겨뒀던 성적 취향을 꺼내 보이며 제시를 침대에 수갑으로 묶는다. 제시는 엄청난 불편함을 느끼며 풀어달라고 소리치지만 제랄드는 풀어주지 않고 실랑이를 벌이다 좀 전에 먹은 비아그라로 인해 심장마비로 쓰러져 죽게 된다. 수갑에 묶인 제시는 정신 착란을 보이며 제랄드와 자기 자신의 환영이 자신을 향해 조언을 해주고 싸우는 것을 목도한다. 갑자기 비정상적인 형태의 인간이 등장하지만 제시는 그것이 환상인지 현실인지 헷갈려하지만 환상이라고 단정 짓는다. 제시는 결국 자신의 손뼈를 탈골시켜 수갑에서 빠져나와 탈출한다. 후에 그 인간이 사실은 실제 연쇄 살인마였고, 그가 붙잡혀 재판장에 있음을 알고 찾아가며 이야기를 마무리된다.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는 고딕 문학사의 맥락 속에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장르의 문학은 대부분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 혹은 보고 싶어 하지 않고 애써 외면하는 어떤 것을 타자화하여 초현실적인 형태로 소설 속에 묘사한다. 이 장르를 대표하는 작품은 사회의 감시망에 포착되지 않는 당시 가정 내 가부장의 폭력성과 그것에 대한 가부장적 남성의 합리화를 음산한 분위기로 잘 묘사해낸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의 ‘검은 고양이’ 그리고 인간의 이성(과학)이 세계에 가져다 줄 결과물에 경고를 한 메리 셀리(Mary Shelley)의 ‘프랑켄슈타인’이 있다. 스티븐 킹은 이 작품을 통해 성추행당한 어릴 적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여성이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때의 기억을 가지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떤 삶과 선택을 해왔는지 반추하게 만든다. 따라서 본래 고딕 장르의 계보를 따라 페미니즘적인 작품을 시도한 것은 완전히 새로운 시도는 아니지만, 고딕 장르를 현대문학과 융합시켰다는 점에선 흥미로운 부분이다.





제시의 트라우마.


가족여행 중에 사춘기의 제시는 아빠와 단 둘이 블러드 문이 뜨는 걸 감상하게 된다. 아빠는 제시가 잘 성장한 것에 대해 대견스러워하며 자신의 무릎에 예전처럼 앉기를 권하고 제시는 못내 그것을 따른다. 그때 아버지는 바지를 내리고 자위를 한다.


제시는 공포와 불편함을 느꼈지만 아빠는 제시가 이 비밀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것은 약속하라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빠와 엄마의 이혼하여 가정이 박살날 것이며 이 모든 책임이 결국 제시에게도 있다고 협박한다. 제시는 자신이 노출이 있는 옷을 입은 자기를 탓하며 절대 발설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후에 이 아빠라는 인간은 자신의 여동생까지 성추행한다. 그녀의 트라우마는 성추행을 당한 사실과 더불어 자신이 한 약속으로 인해서 동생까지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한 죄책감과 자괴감을 동시에 포괄하고 있다. 제시는 절대로 그날의 일을 언급하지 않는다. 수갑에 묶여 목숨이 좌지우지하기 전까진...



그날이 이후, 제시의 삶.

영화는 과거의 그 사건이 플래시백으로 스치며 현재로 건너뛴다. 그러나 사건의 과거와 현재 사이의 일은 그리지 않는데, 현재 제시가 하는 행동과 선택들을 보면 그녀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유추해볼 단서들이 있다.


이 부부 사이에는 자식이 없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제랄드와의 섹스를 거부했거나 자신이 제랄드에게 성적 욕망의 대상이 되길 거부했을 수 있다. 별장에서 섹스를 하기 위해 제시가 갈아입은 옷이 이 날을 위해 특별히 구매한 점과 제랄드가 그것을 보고 그런 옷을 입은 제시를 처음 봤다는 듯 놀라는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다.


제랄드가 심장마비로 사망한 이후에 제시 앞에 환상으로 나타나 자신이 과거에 거래처 사람들에게 한 말을 기억하냐며 비꼰다. "여자란 뭔 줄 알아? 창녀를 위한 생명 유지 시스템 같은 거야.(What is A Woman? A Life Support System For a Cunt)" 제시는 당시 이 말을 들었지만 단순히 사람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농담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제시는 한 번도 그것을 진지하게 바라볼 용기를 가지지 못하고 외면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집안에서 상냥한 남편은 그녀가 만든 환상이었고, 진실은 여성을 성적 도구로 밖에 보지 않는 삐뚤어진 가부장인 것을 진작에 알았을 것이다.


영화의 시작 부분에 집 근처에 있는 도로 한가운데에서 쥐의 시체를 뜯어먹는 개를 발견한다. 제시는 개가 안쓰러웠는지 냉장고의 비싼 고기 한 덩이를 준다. 제시의 아빠는 제시를 ‘Mouse(쥐)’라고 불렀는데, 쥐는 피해자이자 자기 자신을 개는 가해자이자 아빠임을 상징한다. 이것은 곧 피해자인 제시가 가해자(아빠)에게 먹이(침묵)를 건네주는 것으로 또 다른 피해자(여동생)를 발생시켰음을 암시한다. 말인즉, 그녀 또한 이 범죄와 편협한 가부장제 시스템이 잘 돌아가도록 협력하는 꼴인 것이다.

제시와 제랄드는 누가 봐도 나이차가 꽤 나는 커플로 보이고 서로를 대하는 행동을 보면 부녀관계로 보이기도 한다. 이것은 사실 제시가 육체는 성인이지만 정신은 트라우마를 겪었던 당시의 상태에서 성장하지 못했음을 말해준다. 자기 확신감, 자책감, 수치심은 제시의 정신 깊숙한 곳에 자리 잡아서 그녀의 주체성을 마비시켰고 복종적인 상태로 만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아빠와 비슷한 사람에게 끌린 것이다. 결국 결혼반지는 평생 주체성을 잃은 노예로 살겠다는 서약이 되었고 수갑은 그녀가 여태까지 눈치채지 못했던 정신적인 속박이 실제화되어 자신의 목숨을 위협한 것이다.




“정신 차려 역시 너다운 반응이야. 문제가 터지면 허둥대고 거부하지. 모른 척하면 마법처럼 사라지리라 믿지." - 제시 대사
“Wake up. This is you, all over. Problem panic denial hoping if you look away it would magically banish.”

이 작품은 아무도 그녀를 구원하러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음을 외면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용기를 주려고 한다. 또한, 아빠와 같은 인물은 괴물이자 처벌받아야 할 대상으로 그리며 죄에 대한 분명한 의식을 나타낸다.

영화는 제시가 보고 싶지 않았던 과거와 결국 대면하고 스스로를 해방시키는 과정을 집중해서 탐구한다. 관객에게 굉장한 스릴을 선사하면서도 으스스한 고딕 장르의 분위기를 풍겨 오락적인 요소를 놓치지 않고, 사회적 메시지도 던지는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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