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릿 포토의 매력.
사진은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힘이 있다. 특히 스트릿 포토에는 그 힘이 더 강력하게 부각해 준다. 그들의 자연스럽고 꾸밈없는 태도는 사진에 그대로 담겨있다. 그 시간의 공기, 그들의 눈빛와 몸짓, 시선은 그 상황과 그들의 생각을 가늠하게 만들어 준다.
나는 학교 수업이 있는 시간보다 일찍 나와 길거리를 찍기로 했다. 처음인 탓에 카메라를 당당하게 들고 피사체와 마주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해외와는 달리 한국에 스트릿 포토가 유명하지 않은 이유는 자신이 사진에 찍힌다는 사실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그들과의 거리를 뒀다. 그리고 그들의 생동감을 담고 싶었다.
내가 사는 익산의 아침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학교 교복이나 평범하게 튀지 않은 옷들을 입은 직장인들과는 다른 한 아주머니가 내 눈에 띄었다. 그녀는 호피무늬 신발과 분홍색 외투를 입고 길을 건너고 계셨다. 에너지가 넘치는 그녀의 걸음은 얼어붙은 들판의 생그럽게 핀 한송이 꽃과 같이 저돌적이었다. 그녀의 아침은 직장에 억지로 출근하는 사람들의 것과는 달랐다. 그녀는 자신의 하루를 온전히 즐기며 패션모델의 당당함으로 횡단보도를 걷고 있었다.
어딘가를 향해야 할지 모른 채 난감한 듯 앉아 있는 아저씨 한분이 길건너편에 보였다. 버스에서 내려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그의 걸음은 다른 이들과는 느낌이 달랐다. 명확한 목표가 없는 걸음이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망설이고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다 멈춰서서 화단 끝에 엉성하게 앉아 버렸다. 어디가 불편해서 병원에 가려던 걸까? 하지만 너무 일찍 집에서 나와버린 그는 병원이 열리기 전까지의 시간 안에서 무감각하게 정면을 응시하고 있어 보였다. 그의 세상 시계는 고장난 듯 보였다.
아침 8시였지만, 이미 출근한 분들도 계셨다. 하루의 시작과 공사의 시간을 알리는 듯 재차 자신의 한 일을 확인하고 계셨다.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의 몸짓과 철저함이 사진 속에 담겨 있다.
일찍부터 공원에 나오셔서 새들에게 익숙한 듯 뻥튀기를 가루로 만들어 뿌리셨다. 그리고는 마치 자식들이 아침밥 먹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는 아버지처럼 그들은 얌전히 살피고 계셨다.
새로움이 가득한 세상은 설레고 기쁠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알지 못하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품고 있기 마련이다. 내가 본 아침 풍경은 모험으로 설렌 소설이나 만화 속 주인공은 아니지만 묵묵히 일상을 소화하려는 현재의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것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신비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