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한강은 흐른다.

군중 속의 외로움.

by 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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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강박적으로 혼자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혼자 있는 것은 아웃사이더, 찌질남, 불쌍한 애 그리고 친구 없는 애로 쉽게 평가당한다. 그것은 부정적이기도 하고 사회적으로 지향해선 안 되는 행동이었다. 그래서 난 어릴 때 억지로 친구들 사이에 끼어있어야 했다. 혼자 밥 먹느니 그냥 안 먹고 말았다. 물론 나에겐 친한 친구가 한두 명씩은 꼭 있었지만, 난 혼자 있는 시간이 편했다. 난 학교라는 울타리 안을 항상 불편해했다. 그곳은 나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무조건적으로 타인과 상호작용이 끊임없이 이뤄지는 공간이었다.

난 그곳에서 이상한 애로 불렸다. 열린 창가 틈에 스며오는 공기를 느끼느라 멍 때리기도 하고, 아프다는 핑계로 수업 중에 나와서 조용한 교정을 돌아다니며 땡땡이를 치기도 했다. 그것은 나의 방항이기도 했지만 내 가슴을 뚫어주는 유일한 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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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 서울 생활을 시작하고 나는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날 고통스럽게 하는 가족의 품을 떠나 대학교를 갔고, 그곳은 또 다른 억압과 고통이 도사리고 있었다. 난 몇 학기 버티지 못하고 휴학을 결심했다. 그리고 그토록 동경하던 자유로운 서울 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서울생활을 내 예상에 한참을 어긋났다. 대학교 휴학을 한 나에게 일자리는 한정적이었고, 집세를 내려면 밤낮없이 일해야 했다. 동료들과 손님들과 하루 종일 치이다가 만신창이가 되어 집에 오면 절망감에 외로움이 찾아왔다. 문학을 읽으며 삶에 대해 곱씹으며 고독을 즐기는 나는 그곳에 없었다. 스트레스로 가득 쌓여버린 쓰레기장 같은 내 머릿속에 심오한 철학의 흐름은 막혀버렸다. 나는 맥주를 사들고 터덜터덜 한강이 잘 보이는 곳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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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을 걷다 보면 나처럼 군중 속의 고독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이 보이곤 한다. 나는 제트스키와 사이클링을 하는 사람들 틈에 가만히 끼어서 숨죽이고 있는다. 허무함과 우울함, 일상의 지겨움과 목적 잃은 삶의 방향을 주변의 소음 속에 묻고 싶었다. 바람과 물을 가르며 지나가는 이들의 활력은 내 부러움을 산다. 난 어째서 그들과 같이 땀을 흘리며 훌훌 털어버리지 못하는 걸까? 한강의 바람은 나에게만 유독 차갑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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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하고 싶지만 사회와의 연결감은 필수적이라고 한다. 난 아무 생각 없이 핸드폰을 꺼내 친구들이 사는 극적인 순간들을 구경한다. 한강은 흐른다. 더 넓은 바다를 향해서. 나도 흐르는 건가 궁금하다. 이 길이 맞는 걸까 고민된다. 내 마음 한 구석에는 그 질문의 대답을 회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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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우울증의 원인이 뭘까 하는 질문으로 나는 20대를 보냈다. 지금에 와서 답을 하자면, 그것은 그때의 내 인생 전부가 이유였다. 대학교 때 전공은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군중 속에서 쿨하고 활발한 척하는 모습은 내 모습이 아니었다. 술 마시면 토하고 관절이 붓는 연약한 나의 모습은 숨겨야 했다. 나는 남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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