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성과 여성성에 관하여.
헤르만 헤세(Hermann Karl Hesse)는 1877년 독일 남부의 한 도시에서 개신교 선교사인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어머니는 남편을 읽고 아버지의 제자였던 요하네스 헤세와 재혼하였는데, 그는 인도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선교사였다. 게다가 외삼촌은 일본에서 불교 연구를 하고 있던 터라 헤세는 동양에 대한 호기심을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었다. 1차 세계대전 당시, 그의 전쟁을 반대하는 평화주의적 태도는 매국노라는 비난을 사기도 했고, 전쟁을 지지하는 민족들을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이때 나온 작품이 『데미안(Demian)』이다.
줄거리는 10살이 된 싱클레어가 악한인 크로머에게 휘둘리다 데미안을 만나 새롭게 각성하여 올바른 성인이 되어가는 이야기로 아주 간략하게 요약할 수 있다. 한마디로 성장소설이다. 그러므로 당연하게도 주인공 싱클레어가 데미안을 만나는 것 외에도 다양한 인물과 사건을 중간중간 겪는다. 혼자서 고민하고 방황하다 올바르지 못한 길로 빠지려고 할 때 데미안은 영감을 주고 사라지는 식이다. 제목처럼 데미안도 중요한 인물이지만 작가는 싱클레어의 내면을 보여주는데 많은 공을 들인다. 소설의 시작 부분에서 알 수 있듯이 나이가 든 주인공 싱클레어가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방식으로 1인칭 주인공 시점을 사용함으로 주인공의 내면세계를 탐구한다.
헤세가 1차 세계대전 당시에 이 작품을 쓰고 발행했기 때문에 전쟁과 소설의 연관성을 배제할 순 없다. 이 전쟁은 인간의 이성(과학)으로 만들어낸 무기와 남성적 욕망들이 사람을 얼마나 대량으로 그리고 잔혹하게 죽일 수 있는지 마주하게 된 계기를 제공하였다. 헤세는 이를 목도하고 도대체 뭐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가를 되짚어보려는 의도로 소설을 써 내려간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헤세는 10살의 싱클레어로 시작해 전쟁에서 군인으로서 부상당한 싱클레어의 모습과 죽어가는 데미안을 마지막으로 보여주며 소설을 마무리한 것이리라.
소설은 아버지(가부장제)의 세상에서 살아온 주인공 싱클레어와 어머니(가모장제)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데미안을 대조적으로 묘사한다. 우리의 이성과 생각은 절대적으로 옳은 것이며 그에 반하는 모든 것은 악이라고 규정짓는, 세상에 오직 선 아니면 악만이 존재하는 이분법적, 제국주의에 대한 작가의 날카로운 통찰력과 이것을 어떻게 뒤집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나름의 방법론을 제시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2편에선 데미안의 세계에서 '아버지의 세계'란 어떤 곳인가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