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의 생각
나는 이제 3년째 채식을 하고 있다. 2년 정도는 호주, 미국, 네팔과 인도를 돌아다녔기 때문에 채식을 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어느 음식점에 가던지 채식메뉴는 있었고, 만약 없을 땐 종업원에게 물어보면 어떤 메뉴를 채식으로 바꿀 수 있다거나 종업원이 추천하는 메뉴를 안내해 준다. 나 같은 손님을 많이 접해본 탓인지 셰프나 종업원들은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이 요리엔 닭고기가 들어가는데 두부로 바꿔줄 수 있다고 권하기까지 한다. 나는 단 한 번도 내가 까다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한국에 와서 친구를 만나게 됐고 산책을 하다가 우린 배가 고파서 근처 김밥천국에 들어갔다. 보통은 만나기 전에 어느 레스토랑을 갈지 미리 검색해보고 가는 편이지만 약간 출출한 정도여서 김밥 각 한 줄 정도면 될 것 같았다. 나는 처음 들어가 본 김밥천국이라 김밥의 속재료가 뭐가 들어가는지 몰랐지만 아주머니를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다. 김밥천국도 가게 주인에 따라 만드는 사람에 따라 재료가 다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나는 주문하면서 김밥에 햄만 좀 빼 달라고 부탁드렸다. 느낌이 어째 안 좋았지만, 나는 친구와 담소를 나누고 있었는데 김밥을 만들면서 아주머니가 ‘거 참, 되게 까다롭게 구네.’ 하면서 김밥을 만드셨다. 내가 빠진 재료에 대한 값까지 모두 지불하는데 어째서 나를 까다로운 사람으로 만드는 건지 궁금증이 들던 차에 그녀 옆에 쌓여 있던 미리 만들어놓은 김밥이 무더기로 있는 것이 보였다. 내가 그녀를 귀찮게 만든 것이다.
물론 이 사건이 대표적이지만, 사실 굉장히 많다. 찌개에 육수가 들어갔는지 물어보면 내가 마치 사업 기밀이라도 캐묻는 사람인양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한다. 날아오는 총알을 다 피했다 싶어도 방심해선 안된다. 한 번은 새우볶음밥을 시키는데 혹시 몰라 고기가 있는지 여부를 물었는데 거기에 왜 거기가 들어가냐고 웃으셨다. 그래서 마음 놓고 시켰는데, 스팸이 떡하니 들어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장님에게 여쭤봤더니, 스팸이 고기라는 생각은 안 하고 계신 듯했다.
몇몇 사람들은 날 까다로운 사람으로 본다. 나는 이것이 내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나만의 식단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견과류 알레르기가 있을 수 있고, 어떤 사람은 특정한 질병 때문에 어떤 재료를 먹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어떤 사람은 종교적인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판매자는 레시피대로 만들어야 하고 메뉴판에 적힌 것만 주문을
판매자는 레시피대로만 만들어야 하고 메뉴판에 적힌 것만 주문을 받아야 한다. 무언가를 빼는 것도 더하는 것도 싫어한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유연하지 못한 공무원의 행동(물론 편견이지만)’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 각각의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나 살아온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특정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럴 땐 크게 선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