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게이의 일기]
SNS를 확인하는 중에 예전 남자 친구가 친구 신청을 했다는 메시지를 확인했다. 자세히 말하자면 헤어지자는 말없이 그 친구가 일 때문에 대만을 가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연락도 없이 몇 달이 지나고 연락이 와서 앞으로 잘 지내라며 안부인사를 마지막으로 4년간 연락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의 친구 신청을 본 순간, 설렘보단 당황스러움이 가장 먼저 찾아왔다.
그를 처음 만나게 된 계기는 페이스북 채팅이었다. 그는 자신이 사실 고등학교 때 첫눈에 반했지만 내가 게이인지 몰라서 가깝게 지내는 걸 망설였다고 했다. 그러다 데이팅 어플로 우연히 내 사진을 보게 되었고 용기를 내서 연락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스쿨버스를 타고 창가에 앉아 있는 내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면서 내 첫인상을 이야기해줬다. 하지만 난 그 친구를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우린 만나서 자주 데이트를 했고, 우린 그가 대만에 가야 했기 때문에 오래 만나지 못할 것이라는 걸 미리 알고 있었다. 그렇게 짧고 굵게 두 달을 만나고 헤어졌다.
나는 그를 진지한 연애 상대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그가 이야기하는 8할은 운동과 근육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는 실제 키도 크고 몸도 근육질이었다. 그는 운동하는 방법이나 특정 기구기 이용할 때 자세를 잘 잡아야 한다는 경고와 식단에 대한 이야기만 했고, 내가 운동을 시작하기만 하면 더 멋있어질 거라고 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는데, 그는 성행위(sex)를 배설 행위처럼 묘사하는 그의 태도였다. 그는 눈앞에 보이는 모든 구멍에 넣어서 정복하겠다는 동물적 야욕과 지배자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을 굉장히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충격적 이게도 그 자만심과 허영으로 뭉쳐진 근육들은 작은 성기를 감추기 위한 가면이었다는 것을 알아챘다. 섹스를 시작하면 그는 내 옷을 먼저 벗기고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애무했고 그럭저럭 나쁘진 않았다. 하지만 내 차례가 되고 그의 속옷을 내리는 순간 거기엔 정말 새끼손가락만 한 성기가 있었다. 난 190의 키에 근육질로 무장된 그의 완벽한 몸에 매달린 그것은 가히 중격을 금치 못한 광경이었다. 게다가 자신의 허리 스킬 때문에 한 번만 더 만나 달라는 사람들의 연락 이야기를 하는 그를 난 허탈하게 바라본 적도 있었다.
그가 대만을 가고 연락이 끊기고 2년 뒤에, 사실 난 그를 데이팅 어플에서 본 적이 있었다. 상체를 벗고 화장실 거울에 비친 근육질 상체를 자랑하는 듯한 프로필 사진이 유독 눈에 띄었다. 거대한 카메라로 얼굴의 반을 가리고 있었지만 그 친구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언제 대만에서 돌아왔을까 메시지라도 보내볼까 하면서 프로필은 눌렀다.
그의 자기 소재란에 ‘항시 안마 가능.’이라는 문구가 한국어, 영어와 중국어로 적혀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