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우림의 식물이 왜 한국에 있나?
내 애인은 베란다를 정글처럼 만들어 놨다. 아일랜드와 스페인에서 사 온 화분들과 국내 이곳저곳에서 수집한 식물들이 벽걸이처럼 걸려있기도 하고 창틀 선반을 걸어서 올려두기도 하고 이케아에서 구입한 철제 수납장까지 설치해서 올려두기도 했다.
최근 봄이 오면서 공기가 많이 건조하다며 하루에 다섯 번도 넘게 베란다에서 스프레이로 물을 분사했다. 앤디는 그 식물들이 동남아시아 부근에서 대부분 수입됐기 때문에 습기가 많은걸 좋아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저 식물들은 사람의 보살핌 없이 야생에서 살아갈 수 없는 걸까? 한국에 있으면 안 되는 게 아닐까? 이건 마치 극지에서 살아 온 시베리안 허스키가 아프리카나 더운 지방에 사는 거랑 같은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제럴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를 보면 역사적으로 가축화된 식물과 동물은 인간의 손에 길들여졌고 조금씩 인간의 입맛에 맞게 변형됐다. 이런 동식물들은 사상 초유로 인간에게 길들여지지 못한 종(Species)보다 개체수가 월등히 많아졌으니 유전학적으로 성공적이라고 할 만하다. 그 대부분은 인간에게 식량을 제공하거나 지키거나 어떤 방식으로 이익을 준다.
앤디가 키우는 식물들은 그냥 관상용이다. 오이나 토마토도 물론 기르지만, 내가 부탁했기 때문에, 그 외에는 별다른 효능이 없어 보인다. 공기를 정화해준다고 하지만 외국에서 수입해 와야 할 정도로 굉장한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닐 터이다.
스킨답서스라고 하는 식물이 있다. 학명이 Epipremnum aureum이고 금빛의 포토스(golden pothos), 사냥꾼의 의복 (hunter's robe), 아이비 아룸 (ivy arum) 데블스 아이비(Devil’s ivy), 머니 플랜트 (money plant), 은빛 포도나무 (silver vine), 솔로몬 제도의 담쟁이덩굴 (Solomon Islands ivy), 그리고 타로 바인 (taro vine) 등으로도 불린다. 이 식물은 인도네시아에서 왔는데, 이름이 영어로 불리기 때문에 그쪽에서 왔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영어로 이름으로 국적을 지워버리는 것은 제국주의의 오리엔탈리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과거 오리엔탈리즘이란 서구의 눈으로 바라본 동양을 의미한다. 신비롭고 아름다우면서 문명의 발전으로 잃어버린 순수성을 동양은 아직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마인드가 오리엔탈리즘이다. 제국주의 안에서 인큐베이팅된 과학들은 모든 동물과 식물들을 분류하고 영어 이름은 부여함으로 서구의 힘을 과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