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으로부터 나온 개인.
집단의 질서보다 개인의 욕망에 무게를 뒀던 파우스터스는 중세시대에서 르네상스로 이끄는 인물이다. 그는 기존의 이념들과 구조들로부터 벗어나려는 르네상스적 인간처럼 보인다. 그는 인간이 혼자서 알아낼 수 없는 세계의 진실들을 악마의 힘을 통해 습득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영혼을 내어준다. 좋은 쪽으로 바라본다면 그는 신이나 할 수 있는 마술을 부려 인간 세계에 새로운 이념과 지식들을 설파하는 인물로 볼 수 있다. 인간 세계에 불을 가져다준 프로메테우스와 같이 말이다. ‘인간을 더 나은 세계로 계몽(enlightenment)’ 시키려는 목적이라면 말이다. 그랬다면 그는 결말 부분에 천국으로 떨어지거나 인간 세계의 영웅으로 추앙받았을 것이나 그는 지옥으로 가게 된다. 이유는 파우스터스를 묘사하는 프롤로그 부분에서 그의 성격은 "자만심과 교활함으로 의기양양해하다."로 묘사된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자신을 분리시키려면 그들과 나의 차이점이 발생해야 한다. 같은 무리에 있는 학자들에게서 분리되려면 파우스터스는 바로 그들보다 지식이 더 많아야 했고 그래서 자신의 위치가 더 높아져야 했다. 그것으로부터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시도를 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악마나 신의 위치까지 갈 순 없었다. 그는 메피스토에게 세계의 비밀과 악마의 왕 루시퍼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만 그것은 인간에게 알려줄 수 없다며 단칼에 거절한다. 그러므로 박사는 인간의 위 그리고 신의 아랫 단계에 위치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가 다른 인간들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기 위해서 용을 타면서 이곳저곳 날아다니며 배운 것은 각 문명의 문화이다. 문화란 한 집단(국가)이 만들어내고 지켜낸 그들의 정체성과도 연관된다. 공동의 기억이며 공동체 삶을 살기 위한 욕망으로 현재에도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공통된 역사와 언어를 가지고 살아가는 집단을 ‘기억 공동체’, ‘계약 공동체’라고 부른다. 이 집단은 문화 (언어, 예술, 문학, 철학, 음식 등)을 공유하며 경계선 안의 지역에서 공존하고 있다. 전통적인 문화의 특징이란 어떠한 문화가 집단의 삶 전체뿐 아니라 개인의 영역에서도 영향을 끼쳐야 하며 문화는 언제나 하나의 집단의 문화여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들은 분리주의적 측면을 보이는데 외부로의 경계설정이라는 특징이 두드러진다. 그러므로 문화란 다른 집단으로부터 구별되어야 한다. 파우스터스는 지리적인 경계선 안의 집단 혹은 정신적이고 추상적인 모두가 똑같이 집단 내에서 공유하고 있는 학문의 경계선 밖으로 향하여 새로운 학문과 예술을 학습한다. 이러한 그의 행동은 전통적인 기존 질서에서 벗어나기 위한 개인의 욕망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타자에 대한 전체주의자들이 하는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슈츠(Schutz)는 “문명의 표본” 혹은 “고정적이고 표준화된 도식”을 이야기하는데, 이것은 타자가 집단이 기존에 만들어 놓은 표본과 도식을 받아들이지 않고 그것들에 의문을 던지는 것으로 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 그리하여 집단은 타자를 배제하고 분리함으로 그들의 것을 타자로부터 보호하려 한다고 설명하였다. 바우만(Z. Bauman)은 집단과 타자와의 관계에 대해서 구체적인 의견을 냈다. 집단은 타자를 추방하여 멀리 떨어지게 강요 혹은 제거하여 불화의 씨앗을 애초에 잘라버린다(최성환, 2009). 발덴펠스(B. Waldenfels)에 따르면 “타자성의 억제”는 인간의 충동이다. 포함부터 배제까지, 타자와의 교류 중에서 가장 지배적인 것은 배제라고 말한다. 신이 정한 기존의 질서를 따르는 지상 위의 인간은 천국을 가며 천국은 그러한 신의 밑에 존재하는 천사 집단의 구역이다.
그렇다면 극에서 등장하는 메피스토의 지배인 루시퍼는 어떤가? 그도 결국 하느님의 기존 질서를 거부하고 의문을 던지면서 완벽했던 천국에 물음을 던진 첫 번째 천사이다. 기존의 질서에 의문을 갖고 거기에 반했던 것이다. 그것은 기독교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이다. 그의 이런 기존 이데올로기를 깨려는 시도는 파우스터스와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천국이 아닌 지옥으로 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던 것이다. 천국은 기존의 중세시대나 하느님의 질서를 따르고, 한 명의 절대자 아래 존재하는 하나의 집단이라는 비주체적인 삶을 의미한다. 박사는 천국을 거부하고 스스로 주체적인 삶을 선택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구축하기 위해 집단을 타자화하였던 루시퍼가 있는 곳으로 파우스터스가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참고문헌
김홍기. 「종교개혁사」. 『知와 사랑』. 2004
최성환. 「다문화주의와 타자의 문제」. 『다문화콘텐츠연구』, vol.6, (2009), 13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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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mp. J. Marlowe: Doctor Faustus. Red Globe Press, 1969.
Marlowe Christopher. Doctor Faustus. London and New York, 1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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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mas, V, & Tydeman, W. Christopher Marlowe The plays and their sources . USA and Canada: Routledge, 1994.
Waldenfels. B. Der Stachel des Fremden, Franfurt/M, 1990 (라이너 촐, 최성환 역, 『오늘날 연대란 무엇인가』, 한울출판사,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