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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성 May 03. 2022

84. 가장 푸른 눈

백인중심사회에서 사는 흑인소녀.

 노벨문학상 수상 미국작가로 잘 알려진 토니 모리슨의 작품 '가장 푸른 눈'은 그로테스트하면서도 11세의 어린 아이의 순수한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그대로 투영하면서 그녀의 가치관이 어른들의 세계를 통해 교정되고 삐뚤어지는지 선명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주인공 피콜라는 11세의 흑인소녀이다. 그녀가 사는 곳은 미국으로 백인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흑인 여성이 자아 혼란에 빠지는 극단의 상태를 보여주며 자신의 본래 가치를 부정하고 백인의 가치관을 답습하는 것이 이상적인 삶의 선택이라는 환상에 빠진 나머지 자아 분열로 인해 파경을 맞게 되는 피콜라의 불행을 다룬다. 그녀는 흑인 소녀로서 정상적인 외모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외모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신체 이형 장애’를 가지게 된다. 이것은 문화 아이콘인 셜리 템플의 금발을 추구하는 행위, 사탕 껍질의 푸른 눈의 백인 제인을 동경하는데서 나타난다. 이런 행위는 흑인으로서 그녀가 학교생활이며 흑인 공동체 내에서 생활하기 어렵게 만든다. 밝은 피부와 녹색 눈을 가진 혼혈인 친구 필은 피콜라의 삶에 굴욕감을 안기는 인물인데 대놓고 피콜라의 외모를 비하하는 언어폭력과 그녀의 가난을 부각시킨다. 필은 방과 후 가끔 아이스크림을 사먹을 수 있으며 피콜라가 가질 수 없는 여러 옷들을 입고 나오면서 외모뿐 아니라 사회가 인정하는 아이템을 구매할 수 없는 그녀의 ‘못생김’을 더욱 부각시켜 심리적인 분열을 가속화 시킨다. 


 백인 이민자 상점의 주인은 피콜라에게 메리 제인 사탕을 내어주면서도 그녀의 손이 닿는 것이 끔찍한지 더러운 물건을 피하려 하는 것처럼 머뭇거리고 어쩔 줄 몰라 한다. 백인이 흑인에 대해 경멸적으로 무시하는 눈초리와 행동은 단지 검기 때문에 자신들과 이질적이라는 감정으로 백인 지배계층의 이데올로기를 보여준다. 피콜라는 상점주인의 태도가 자신의 피부때문이라고 생각한지만 그거서에 저항하지 않는다. 오히려 백인이 가진 그 힘에 집착하면서 의존하고 빠져든다. 이것은 백인들에 의한 흑인지배를 정당화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백인 지배계층이 흑인들에게 타자성을 강조하기 위해 백인과 흑인의 차이점을 부각시키면서 만들어 놓은 열등한 흑인의 이미지를 비판 능력이 부족한 피콜라가 내면화하게된 것이다. 그러면서 그녀는 파란눈을 가지게 해달라고 기도까지 올리게 된다. 


 피콜라의 엄마 폴린은 직접적으로 부모에게서 버림받은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부모는 성장기의 그녀에게 일절 관심을 두지 않았기에 어린 시절부터 폴린은 결핍을 받으며 성장한다. 부모로부터 소외의 트라우마를 경험한 피해자가 표출하는 자신의 자녀에 대한 무관심한 행동은 심리적 학대나 신체적 학대보다 더 심한 잔혹성을 띤다. 이러한 심리적 학대는 대상에 대한 방임으로 표현되는데, 정서적, 인지적, 사회적 방임의 현상들로 구체화 된다. 포근함이나 위로 받고 싶은 욕구에 대해 반응하지 않는 폴린으로부터 거부당하는 피콜라는 또 다른 대상과 백인사회의 가치관을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학대는 대대로 내려오게 되는 것이다.


 모리슨의 이 작품에서 흑인 여성의 자아 추구에 대한 문제나 흑인의 자기비하 과정은 백인들이 주도하여 생산해내는 자본주의와 상업화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폴린과 피콜라는 백인 남성중심의 아름다움의 기준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선천적으로 모든 면에서 부족하다고 인식하여 정체성의 혼란, 주변의 무관심, 그리고 백인의 인종차별 같은 것들이, 흑인 공동체에 어떤 병리현상으로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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