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새활용, ‘업사이클링’. 지속가능성이 패션계의 핫 키워드로 부상함에 따라 업사이클링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대표적인 업사이클링 브랜드인 프라이탁(FREITAG)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최근 들어서는 온라인 편집숍에 여러 업사이클링 브랜드들이 입점 된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속가능성을 실천하고자 업사이클링 제품을 사려고 마음을 먹지만, 지구를 살리겠다는 착한 마음가짐도 잠시,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선뜻 구매가 망설여진다. 아니, 어차피 버려진 물건으로 만드는 것 아니었어? 업사이클링 제품, 왜 비싼 걸까?
왜 업사이클링 제품이 비싼가에 대해 대답하기에 앞서, 우리가 정말로 해야 할 질문은 ‘왜 다른 옷들은 이렇게 저렴할까?’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ZARA, H&M, UNIQLO 등 여러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은 오랜 기간 동안 최신 유행하는 제품들을 저렴한 가격에 선보이며 소비자들에게 ‘옷 = 저렴하다’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그러나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의 제품이 이토록 저렴할 수 있는 이유는 환경과 노동 윤리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효율성’만을 중시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오염을 유발하는 화학 약품의 사용, 저임금, 열악한 노동 환경 덕분에 우리는 저렴한 가격에 옷을 구매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방글라데시의 의류공장 라나플라자 붕괴 사건 등을 통해 패스트 패션의 아름답지 못한 민낯이 드러난 지금, 그리고 어느 때보다 절실히 지구가 처한 위기를 느끼는 지금, 이제는 정말로 옷이 저렴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때가 왔다.
업사이클링 제품은 다른 생산 공정이 그러해야 하듯, 생산자가 원재료를 신중하게 선별하고, 창의성을 활용하여 제품을 디자인하며 제작하는 과정을 거친다. ‘버려진 물건으로 만들기 때문에 원재료의 가격이 더 싼 것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버려진 물건을 가치가 담긴 새로운 제품으로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더 까다로운 공정이 필요하다. 폐자원으로부터 사용 가능한 부분을 선별하는 과정에는 많은 시간과 노동력이 요구되며, 오염되거나 손상된 부분을 세척하고 가공하는 과정에는 추가적인 자본이 들어가기도 한다.
버려진 잠수복을 이용하여 지갑, 파우치 등을 만드는 브랜드 THE UPCYCLING MOVEMENT의 경우, 들여오는 잠수복의 두께, 사이즈, 색이 달라 디자인과 제작 과정을 거치기 전부터 여러 문제를 겪는다고 한다. 자원을 최대한으로 활용하기 위하여 잠수복을 공수하고, 준비하고 분해하는 데에 많은 시간과 노동을 들이는 탓에 다른 저렴한 브랜드들과 달리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
업사이클링 제품도 언젠가는 버려진다. 이러한 관점에서, ‘업사이클링은 그저 생명이 조금 연장된 쓰레기인 것이 아닐까?’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어차피 버려질 것에 이렇게까지 공을 들여야 한다고? 하지만 제품이 폐기되는 과정에서도 많은 자원과 자본이 투입된다는 것을 고려해 보았을 때, 업사이클링 제품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현재 우리는 환경과 경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제품의 폐기 과정—쓰레기를 운반하고 처리하는 일—에 수많은 자원과 자본을 투입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2017년 한 해 동안 폐기물 처리를 위해 사용한 돈은 최대 23조 원에 다다른다. 폐기물 처리 비용은 폐기물 발생량이 늘어남에 따라 함께 증가한다는 사실을 고려하였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새로운 쓰레기를 만들어 쓰레기 배출량의 증가에 기여하는 대신, 폐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쓰레기 배출량을 최대한으로 줄이는 것이다. 이러한 선택이 더욱더 경제적이며, 지속가능한 결과를 가져다가 주기 때문이다.
지속가능성은 업사이클링 제품이 가진 매력 중 하나이지만, 이것이 전부라고 생각하기엔 아직 이르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제품’이 주는 특별함, 멋진 디자인, 브랜드가 전하는 다양한 사회적인 메시지 등 업사이클링 제품은 여러 가지 매력으로 소비자들을 사로잡는다.
버려진 트럭 방수천, 안전벨트, 폐자전거의 고무 튜브 등으로 가방을 만드는 프라이탁(FREITAG)은 특유의 감성으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프라이탁의 모든 제품은 오염에 따라, 무늬에 따라 다른 디자인을 가지고 있어 개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패션 피플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며, 제품 소개 영상이나 매장 인테리어 등을 통해 느낄 수 있는 프라이탁만의 감성과 분위기는 프라이탁의 매력을 더하며 더 많은 마니아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얼킨(ULKIN)은 버려지는 습작을 업사이클링하여 가방으로 제작하는 국내의 대표적인 업사이클링 브랜드이다. 얼킨의 중요한 목표는 예술가들이 작품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더 나은 창작 환경을 형성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 얼킨은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로열티 지급, 미술 재료 제공, 신진 작가 전시 개최에 사용한다. 또 다른 국내의 업사이클링 브랜드 119REO는 소방관들의 방화복을 새활용하여 가방으로 제작한다. 119REO는 소방관들의 처우 개선 및 인식 변화를 위해 판매 수익금의 50%를 소방 단체에 기부하고, 소방 현실을 알리기 위한 여러 전시회나 토크쇼를 개최하고 있다. 환경뿐 아니라 사회의 여러 영역에서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 두 브랜드는 많은 소비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며 업사이클링의 매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버려진 것’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새로운 자원으로부터 만들어진 새 제품보다 훨씬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제품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새로운 제품을 구매할 계획이 있다면,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대체하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