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깅이 아닌, 찍먹 하기로 했다

찍먹은 길 잃은 사람에게 나침반이 될 수도 있어

by 유하



디깅모멘텀이라는 용어가 있다. 파다는 뜻의 디깅과 다른 방향으로 바뀌게 되는 계기, 전환점이라는 뜻의 모멘텀이 합쳐져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는 거을 의미 한다. 그런데, 나는 정확히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었다. 좋아한다고 이야기하는 것들이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인지, 누군가가 좋다고 하는 것이 좋아져서 좋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좋다고 착각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진짜 나로 혼자 있게 되면서 나에 대한 새로움을 엿보게 된 것이 충격적이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나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나에 대해 궁금해했던 적도 없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은 것도 아니었지만, 정작 그 관심을 여태까지 살면서 어디다 쏟았는지 궁금해한 적도 없었다. 그래서 이 솔직히 나와 마주한다는 시간이 불편하고 어색했다. 그래서 더 피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마주하게 되면서 나는 나를 파고드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서 디깅러가 되기로 자처했다.


그런데, 그 디깅러라는 것이 처음부터 뚝딱뚝딱 쉬운 것이 아니었다. 어려웠다. 제대로 쉬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제대로 무언가를 하는 것도 아닌 상태에서 머물러서 나름 디깅을 하고 있어-라고 또 합리화를 하고 있었다. 제대로 파보기로 해놓고, 또 슬금슬금 합리화를 했던 건 나를 마주하기 어려워서였을까, 아니면 귀찮음이라는 성향 때문이었을까. 둘 다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렇지만, 또 누군가에게 이런 상태를 털어놓는 게 부끄럽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했다. 주위에는 나 디깅러가 되기로 했어.라고 당당하게 얘기했는데 아무것도 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당장 디깅러가 되기로 했다고 외치고, 정말 큰 변화를 마주하게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정말 아무런 변화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그 이유를 마주하게 됐다. 내 옆에는 정말 닮고 싶은 똑 부러지는 사람이 한 명 있다. STJ인 M은 현실적이고 논리적이고 계획적이고. 정말 나와 하나같이 다름을 가지고 있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전화를 하면서 나는 정말 나태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거기다 좋아하는 게 확실하지 않아서 어려운 나와 달리, 좋아하는 게 확실해서 잘하는 것을 통해 좋아하는 것을 하겠다는 다부진 표현이 멋있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좋아하는 게 확실하지 않다면 좋아하는 것을 먼저 찾아야 하는 것도 맞지만,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 얘기한 것도.


나는 그 생각하는 것이 디깅이라고 표현했는데, 진짜 깊이 들어가 보면 디깅은 어떤 것을 생각하는 것이 아닌 어떤 것을 하고 있는 것이겠지. 디깅러 또한 파고드는 것이니까. 그런데 내가 그 디깅을 잘 못한다면, 찍먹은 어떠냐는 표현이 마음에 콕 박혔다. 여행에서 나를 마주하게 된 것도 내가 의도했던 것이 아닌 찍먹하다가 걸린 거니까. 그런 포인트이자 모멘텀, 전환점이 나에게 필요한 게 아닐까?





그래서 이제는 디깅 대신 찍먹 하기로 했다. 탕수육도 부먹 아닌 찍먹 하는 나(..)


그리고 그 과정들을 하나씩 기록해 보기로 했다. 이렇게 기록을 하면 또 발견하게 되는 것들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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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글을 마무리하다가 하나 발견했는데, 찍먹을 영어로 표현을 어떻게 할까?라고 찾아보다가 발견한 표현이 "Dip in the sauce"였다. Dip은 살짝 담그다, 내려가다, 수영이어서, 결국은 어딘가를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고, 여기서 더 재밌었던 건 디깅러처럼 er을 붙여서 찾아보고 싶었는데 dipper에 Big이라는 표현만 붙으면 북두칠성이었다.


길을 잃은 여행자를 안내해 준다는 북두칠성과 찍먹의 연결은 어떻게 보면 끼어 맞추기 식 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쩌면 디깅보다 찍먹이 길 잃은 나에게 북두칠성처럼 연결되지 않을까.



오늘의 정리 : 디깅에서 북두칠성까지 연결된 이유를 서술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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