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레터, 느리지만 마음을 담아
내가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고민했던 적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자신이 줄 수 있는 것들을 정말 잘 찾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왜 그런 게 없을까.
질문으로 시작했을 뿐인데 마음이 점점 무거워졌다. 회피성향이 나오는 것인지 마주하고 싶어지지 않아서 머리가 아프다는 핑계 아닌 핑계로 생각을 멈추기도 했고 다른 것으로 시선을 돌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 질문 앞에 꼼짝없이 멈춰 서야 했다.
그리고 그런 질문 속에서 꺼내준 것은 다른 사람의 목소리였다.
- 유하님 계정에서는 늘 힐링을 하고 가요.
- 도망가고 싶을 때 찾아가면 위로가 되는 공간이에요.
- 따뜻해서 좋아요.
주는 게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나처럼 도망치고 싶을 때 만날 수 있는 위로의 공간. 어쩌면 빙빙 돌아 마주했던 질문의 답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여기에서 한 걸음 나아가 보기로 했다. 여기에서 또 어떤 문이 열릴지 알 수 없으니까.
슬로우레터, 느린 엽서를 오픈했다.
이름을 따라가는 것인지, 느린 엽서는 정말 느렸다. 무언가 줄 수 있을까 시작했던 마음이 점점 쪼그라들었다. 위로가 될 수 있는 무언가를 전달하고 싶었던 마음이 너무 거창했나 싶어 졌고 다른 사람들의 말은 내가 너무 듣고 싶은 말만 들은 걸까 후회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오픈한 슬로우레터를 잊어버렸다.
기억 속에서 삭제하고, 정말 들어가서 확인도 안 하고 있었는데..
폼을 만들기 위해 들어갔다가 잘못 클릭한 곳에 정말 누군가의 글이 도착해 있었다.
그 글은 정말 내가 모든 것에서 내려놓기를 시행 중이던 제주도에 가있던 시간에 도착해 있었다.
그 글을 읽는 순간, 오늘은 일찍 자야지 했던 마음을 뒤로하고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그 글에 대한 답을 달고 싶어졌다. 글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어떻게 하면 이 마음이 담길 수 있을까 또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글을 썼다.
그러다 생각났다. 전해주고 싶었던 대사가.
The flower that blooms in adversity is the most rare and beautiful of all.
역경을 이겨내고 핀 꽃이 가장 아름다운 꽃이란다.
- 뮬란 中
오랜만에 다시 보고 싶어서 봤던 디즈니 <뮬란>에서 아버지가 했던 대사였다.
본연의 모습을 억누르고 있던 뮬란에게 위로를 해주는 아버지의 사랑이 담긴 그 대사가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는데, 이 대사가 꾹꾹 담은 마음을 전달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바로 뮬란을 그리고 한 글자 한 글자에 꾹꾹 마음을 담았다.
어쩌면 모르는 사람에게라도 털어놓고 싶었던 그 솔직한 마음에 답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엽서 한 장이었지만, 위로가 됐다면서 전해준 답변에 오히려 내가 마음이 더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슬로우레터는 아주 아주 느릴 수 있지만, 그럼에도 마음은 전달이 된다는 걸.
이 시간을 통해 다시 한번 더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