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성, 나다움에 대한 의미

하비에르 카예하 전시회를 다녀왔다

by 유하



지난달 회고를 하면서 느꼈던 건 단 하나였다.

한 달이라는 시간을 그냥 보냈구나.


마음 놓고 제대로 쉰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무언가에 몰입해서 열심히 달린 것도 아니었다.

제대로 한 것 없이 시간을 보냈다는 생각에 나는 몰입해서 무언가를 해야겠다가 아닌, 제대로 된 ‘쉼’을 선택했다.


빠르게 북스테이를 예약했고, 2박 3일간 머무른 그곳에서 정말 제대로 된 쉼을 경험했다.

그 시간을 먼저 기록하는 것도 좋겠지만, 우선은 그 쉼을 하고 난 후에 다녀온 전시회에 대한 기록을 먼저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스테이에서 2박 3일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원래는 집에서 쉬려고 했었는데, 동생의 전화로 행선지가 변경되었다.


뭉크의 전시회를 보기로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전시회를 관람 중이어서 그림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사람이 몰려서 끝에서부터 보는 걸 추천한다고 직원분들이 얘기해 주셨지만, 끝에서도 사람들이 가득해서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 틈에서라도 관람을 하는 것도 좋겠지만, 밀려있는 사람들을 따라 휩쓸려가면서 작품을 보고 싶지 않았다. 결국은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동생과 전시회를 나왔다.


다만, 이렇게 예술의 전당까지 왔는데 이대로 집에 가기에는 아쉬워서 다른 전시회를 보고 가기로 했다.

바로 하비에르 카예하 특별전이었다.


다양한 감정들이 담겨있는 큰 눈에 귀여운 얼굴, 순수함이 가득한 동심을 보여주는 소년의 이미지. 대형조각부터 스케치와 그림들까지. 귀엽고 화사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모습들이 눈에 담기면서, 모든 것들이 편안해졌다.





No Art Here. 이곳에 예술은 없다.


하비에르 카예하의 예술은 이곳에 없다. 혹은 이곳은 예술작품이 없다.라고 느껴지는 문장은 자기 비하를 하는 것일까 싶어 지지만, 사실 이 문장을 통해 그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더 편안하게, 누군가가 주는 의미가 아닌 자신이 느끼는 그대로 작품을 즐기라고. 그게 예술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더 있는 그대로, 내가 보는 대로 이 공간을 즐기기로 했다.





그의 작품들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아주 커다란 눈이다. 큰 눈에는 그림임에도 다양한 감정들이 녹아 있어서 꼭 이 소년을 실제로 직접 마주하는 것 같다. 사람들을 마주하면서 우리는 상대방의 태도와 분위기, 말에서 그들의 감정을 느끼기도 하지만 제일 먼저 보이는 마음의 창은 결국 “눈”이다, 그래서 그럴까, 그의 작품들에서는 모든 감정들이 눈으로 보이는 것 같았다.


해석하는 것은 나의 의미지만, 그가 이렇게 각자만의 의미를 강조하는 이유는 그의 배경이었을지도.


그의 증조부는 화가이자 피카소의 첫 번째 미술선생님이었다고 한다. 예술을 사랑하는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오히려 그는 그 난해한 현대미술에 염증을 느꼈다고 한다.


내가 왜 미술을 설명해야 하죠?
설명이 필요 없는 무언가를 찾아야 했어요.





이 작품은 이런 의미예요-라고 이야기해 주고 받아들이는, 획일화된 무언가가 아닌 것.


그래서 그는 이렇게 얘기한다.

다양한 관점으로 각자만의 예술의 본질을 찾는 것. 그것이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가장 큰 독창적인 무언가가 될 수 있다고. 하지만, 그 독창적인 것을 찾기 위해 꼭 특별한 무언가가 되지 않아도 된다고.


오히려 독창적이라는 건, 자기 자신이 되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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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연하게 특별한 무언가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 그들의 시선이 차갑지 않고 따뜻한 응원을 받기 위해서는 특별하고 아주 강렬한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그래서 더 다른 것들을 배우고, 다른 것들에서 나에게 가져올 것만을 찾았었다.


그런데, 사실은 내가 나다워지는 것. 내가 느끼는 것 그대로 느끼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든다는 것. 누군가의 말이 아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 그게 진짜 그가 말하는 독창성의 의미가 아닐까. 그래서 조금 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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