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방법으로 그린다는 것

영화 ‘주토피아’ 보고 그린 주디와 닉

by 유하


지난주 토요일,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일요일에는 꼭 늦잠을 잘 거라고.

요 며칠 주말에도 계속 일찍 일어나야 했던지라 오랜만에 비어있는 오전 일정이 반갑기만 했으니까.


그런데, 늦잠을 잘 거라는 토요일의 다부진 마음은 해가 뜨자마자 팔랑팔랑 깃털만큼 가벼워질 정도여서 아주 자연스럽게 일찍 눈이 떠졌다. 일부러 알람도 맞추지 않고 잤는데도 자연스럽게 생체리듬이 기상시간에 맞춰진 것 같아서 묘하게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늦잠을 못 잔 대신 침대 위에 최대한 오래 있는 걸로, 원망스러운 마음을 살살살 날려 보내고 여유롭게 하루를 시작했다.


오랜만에 여유롭게 시작한 일요일은, 마음이 편안하다 못해 조금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심심한 마음을 맛있는 걸로 채워줘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동생의 의사를 반영해서 주문했던 덮밥은 양념이 강해서 너무 짰다. 결국 많이 못 먹고 남겼다가 시간이 지나서 간식을 찾아서 동생에게 쓴소리를 먹었지만.


어쨌든 적당하게 허기를 달래서 그럴까, 다시 심심함이 올라왔다. 무계획으로 시작한 일요일, 어떤 걸 해야 재밌게 보낼 수 있을까. 그렇게 시작한 생각은 결국 영화로 닿았고, 그 이어짐은 ‘주토피아’로 닿았다.






다양한 동물들이 살아가고 있는 주토피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토끼인 주디와 여우인이 주인공이다.


경찰이 되고 싶다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주디가 주토피아로 향하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주토피아를 향해 가는 길을 화려한 색감들로 사로잡았다. 새하얀 눈이 덮인 마을, 푸르른 나무들이 우거진 숲과 밀림 등 여러 나라의 모습을 한 번에 모아놓은 것 같아서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는 주디와 함께 같이 빠져들었다.


주디는 경찰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했음에도 불구하고, 몸짓이 작다는 외적인 이유로 제대론 일이 주어지지 않지만, 그 차별 속에서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다부지게 실행하다가 여우인 닉을 만나게 된다.



자신의 꿈이 확실해서 실행력이 강한, 아주 사랑스러운 토끼인 주디와 나른하면서도 여유롭지만 마음은 닫혀있는 섹시한 여우 닉.


주인공만 보더라도 사랑스럽지만, 주토피아를 보면서 웃을 수만 없었던 이유는 복합적인 생각들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처음 시작은 주디의 부모님이었다.

주디가 경찰이 되고 싶다고 하지만, 주디의 부모님은 힘들다는 이유로 꿈보다는 현실을 택하라고 이야기한다. 꿈은 포기하면 편안하다고.


그리고 그런 모습을 조화롭게 살아간다는 주토피아에서 잘 보여주고 있었는데, 은연중에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의 외적인 모습으로 차별은 당연했고 서로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오해들은 사건으로 인해 더 깊어진다.


차별뿐만 아니라 꿈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지금 우리의 현실과 너무 맞닿는 이야기들이 많아서일까, 오히려 그 화려하고 아름다운 색감들의 주토피아라는 도시가 더 강하게 눈에 들어오기도 했다.


퇴사를 하며 현실을 잠시 내려놓고,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서 그럴까. 주토피아라는 영화를 킬링타임으로 보내기에는 아쉬웠다. 그래서 내가 표현하고 싶은 대로 주디와 닉을, 영화에서 감명 깊었던 대사들과 함께 다이어리에 담아냈다.


- Anyone can be anything.
- Look inside yourself and recognize that change starts with you.

- Don’t beat yourslef up. Don’t need to run so fast. Sometimes we come last but we did our best.


어쩌면 나한테 그림이라는 것은 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도구면서 가장 나답게 만들어주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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