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여유로웠던 카페에서의 시간
어제는 오전에 스콘을 구웠다. 오랜 시간 함께했던 필라테스 선생님이 결혼준비로 이사를 하다 보니 더 이상 수업을 들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그 아쉬움을 달랠 겸 이별 선물을 드리고 싶었는데 뭘 선물을 할까 고민을 하다가 오랜만에 구웠던 스콘이었다.
오랜만에 구웠더니 자잘 자잘한 실수들이 이어져서 사진을 찍을 정신도 없었는데, 다행히도 선물은 잘 전달이 됐다. 어제는 아침에 스콘도 구워야 하고 강의도 들어야 해서 정신이 없었다. 거기다 오후에는 라이프코칭까지 있었다. 라이프코칭을 듣기 위해 서울로 가야 하니 그 거리도 계산을 잘해야 하는데 오전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버려서 늦을 뻔했는데 서둘렀더니 오히려 20분 일찍 도착할 수 있었다.
코치님과 만나 근황부터 시작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도 있지만 여유롭지 못한 시간이 이어져서 밥을 제대로 못 먹어서 그런지 코칭이 끝나니까 그제야 어지럽고 울렁거리기까지 했다. 혹시 몰라서 챙겨 왔던 스콘을 먹어서 허기를 달랬더니 그래도 좀 괜찮아졌다.
항상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어”하는 바람에 따라 살아오다가 내가 하고 싶은 걸 선택하면서 살고 있어서 그런지, 코칭을 듣는 시간이 늘 새롭게 다가왔다.
오늘은 또 어떤 것을 통해 나를 만날 수 있을까, 나를 만나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을까. 점점 좁혀지는 질문들이 기껍기도 했지만, 아직은 모호하게 느껴져서 그 좁혀가는 길이 기대가 되면서도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다.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은 진짜 내 안에는 어떤 것들이 자리를 잡고 있을까, 괜찮지 않으면 어떡하지? 또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게 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코치님은 오히려 소속감의 욕구가 높기 때문에 나를 더 분리해서 생각을 해야 한다고 했다. 소속감이 높은 사람은 내가 아닌 가족, 친구, 커뮤니티 등 그 소속된 느낌이 좋아서 그들을 따라가느라 나를 놓칠 수도 있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는 건 그 상황 때문에 더 그런 걸까? 아직은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작은 조각들이라서 그 조각들을 꺼내는데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도 알지만, 빠르게 맞춰버리고 싶다는 욕심도 생긴다.
어쨌든 나를 잘 들여다보는 것이 시작일 거라는 것을 잘 알기에, 어제도 가만히 거울을 들여다보며 나와 눈을 마주쳤다. 나에게 말을 거는 시간은 아직도 낯설고 어색해서 괜히 이마를 봤다가 볼을 봤다가 얼굴에 올라온 트러블을 봤다가 다시 눈을 마주하고는 했다. 이제부터는 긍정적인 감정들이 아닌 부정적인 감정들에도 초점을 맞춰봐야 한다고 했다. 신기하게도 부정적인 이야기를 생각해 봐야지, 했더니만 어제 이후로 그런 감정이 크게 올라오지 않는다. 그래서 덕분에 잠은 잘 잤다.
다만, 어제 오전에는 강의를 듣고 오후에는 코칭을 받았더니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서 브런치도, SNS도 쉬었더니 뭔가에 쫓기지 않는 마음이라 좀 편안했던 것 같다. 그래도 어제 쉬었으니 오늘 오전부터 못 챙겼던 것들을 잘 챙겨보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벌써 이 시간이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는데 정확하게 무엇을 했는지는 제대로 좁혀지지 않은 상태로 집에 온 엄마와 새로 생긴 카페를 다녀왔다. 애플파이는 달달해서 먹을만했지만, 산미가 강한 커피는 확실히 취향이 아니었다. 그래도 커피와 디저트,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은 오늘 하루 중에 가장 여유로운 시간이었다.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기억에 남지 않는 스쳐 지나가는 이야기들을 나눴다고 해도 그 시간만큼은 좋아서 이게 소속감인 걸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일기일회, 오늘의 한 줄 : 소속감이 진한 사람은 내 사람이라는 게 더 강한 것 같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제일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