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준 빼빼로는 선물, 다른 것 하나는..
주말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토요일 오전에는 강의를 들었다. 강의가 끝난 후 I님과정신없이 이야기를 나누다가 집에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세상모르고 잠이 들었다. 어디냐는 동생의 질문에 비몽사몽 대답하느라 위치를 잘 못 알려주기도 했다. 배도 고프지만 몽롱한 상태로 걸어 가다가 집 앞에서 만난 동생에게 빼빼로를 선물로 받았다.
세심한 편이기도 하지만 선물을 주는 걸 좋아하는 동생은 내 것 말고도 손에 빼빼로가 가득했다. 엄마 아빠, 큰 이모와 작은 이모,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예전에는 이런 기념일이 있으면 나 역시 주위에 작은 것이라도 선물을 챙겨주고는 했다. 중학교 때, 동생과 엄마아빠 결혼기념일에 선물로 드린 케이크가 시작이었던 것 같은데.. 동생이 먼저 시작했는지, 내가 먼저 시작했는지 둘이 약속하에 시작했던 건지 기억은 흐릿하다. 어쨌든 이런 기념일이 큰 의미가 있나라는 생각에 제법 귀찮아진 나와 다르게 동생은 이런 날 꼬박꼬박 선물을 챙겼다. 덕분에 달달한 빼빼로를 받아서 기분 좋게 사진으로 남겨놨다. 사진 찍을 때는 몰랐었는데, 빼빼로를 먹으면서 알았다. 과자가 아닌 휘낭시에 빼빼로라는 것을.
휘낭시에 진짜 좋아하는데.. 진짜 기특해..
그리고 빼빼로 선물을 시작으로 주말은 정말 스쳐 지나가는 기분으로 사라졌다. 왜 월요일이지, 벌써?
그런데 그냥 지나가지 않고.. 주고 간 선물이 있었다. 바로 근육통!
동생이 빼빼로를 큰 이모와 이모것까지 사 온 이유는 우리 집에 연말이 가까워지면 하게 되는 큰 행사 중에 김장이 있는데, 그 김장 때문에 이모가 오셨기 때문이다. 큰 이모와 작은 이모, 엄마까지 품앗이로 돌아가면서 김장을 하고는 했는데 이번에는 엄마가 첫 시작을 열었다.
집에서 하게 된 김장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서 같이 했더니 골반, 다리, 허리, 어깨까지.. 안 아픈 곳이 없을 정도로 제대로 뭉쳤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저릿할 정도로 불편했던 골반과 다리, 허리는 괜찮아졌다는 거. 하지만 오른쪽 어깨는 제대로 뭉쳤는지 누르기만 해도 아프고 팔을 들어 올리는 것도 힘들다.
어깨와 목을 관리를 잘 못하면 담이 심하게 오다 보니.. 스트레칭을 하고 있지만 뒷 목이 뜨끈해지는 열감과 함께 통증이 시작되면 바로 누워버린다. 누워지면 통증이 좀 덜해지는데, 그렇게 한 번 누우면 일어나기 싫어져서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주말은 더 그렇게 스쳐 지나갔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뒷 목과 오른쪽 어깨가 뻐근하게 통증이 남아있어서 당분간은 담이 오지 않게 조심해야 될 것 같다. 그래도 큰 이모한테 작년보다 속도가 빨라졌다고 칭찬을 받았는데.. 그만큼 김치가 맛있었으면 좋겠다. 올해는 엄마 표 만두 먹을 수 있으려나..
일기일회, 오늘의 한 줄 : 뒷목이 열감이 더 심해진다. 저녁 먹기 전까지 누워있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