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야의 두 번째 레터 (2)
잠금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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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아, 안녕! 일주일 동안 잘 있었어?
전시 인터뷰로 한 주만에 돌아온 다야야!
지난 레터에서 《EMPTY : "The Inner Space"》 전시 소개는 잘 읽었는지 궁금해!
생생하게 체험한 것을 전달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 실은 몇몇 연이들이 레터에 답장을
보내줬어! (으아아) 처음 받아보는 거거든... (심호흡) 재밌게 읽어준 것 같아서 정말 기뻤어.
글을 보고 난 연이들은 어떤 행성을 만들고 싶은지 궁금하네. 비록 전시는 종료되었지만, 앞으로도 쭉
프로젝트를 확장하고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하니 박민하 작가의 다음 ‘엠티’ 프로젝트도 많은 관심 부탁해!
이번 레터에서는 예고했던 대로 전시 ‘엠티’ 의 작가이자 기획자 박민하 디렉터와의 인터뷰를 소개할게! 지난주 레터를 놓쳤거나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연이는 다시 한번 읽고 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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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EMPTY 기획이자 아트디렉터 박민하입니다.
현재 서울대학교 조소과 4학년 재학 중입니다.
EMPTY : “The Inner Space” 는 홍채 정밀 촬영과 아이 트래킹 및 인터렉션 기술을 활용한 기술 융합전시로 관객 개인만의 홍채 행성 영상을 실시간으로 생성하여 상영하는 관객 참여형 미디어 아트 전시입니다. 개인의 고유성을 주제로 한 본전시는 관객에게 자신만의 행성을 제공함으로써 온전한
자신과 만날 수 있는 자유의 공간을 선사합니다.
- 본 전시의 소제목은 ‘IN – EMPTY – OUT’입니다. 개인의 내면을 뜻하는 'IN'과 그 개인을 둘러싼 외부의 요소를 뜻하는 'OUT' 사이에 'EMPTY'가 존재합니다. 한 개인의 정체성과 고유성을 결정짓는 요소는 기존에 존재하는 개념들로 인해 정해지는 것들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차원적으로는 국적, 성별, 인종 등을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온전한 자신은 무엇일까요? 외부로부터 결정되는 요소는 정말로
온전한 개인을 표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저는 이러한 내부와 외부의 경계점을 주목하고 싶었습니다.
그 경계의 모호함 말이죠.
- 개인마다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홍채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홍채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홍채의 형태 자체에도 여러 조형적 미감이 존재한다고 느껴졌습니다. 또한 이러한 홍채의 형태를 기반으로 작품을 만든다면 개인으로 인한, 또 개인만을 위한 작품들이 무한대로 창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홍채 형태를 기반으로 한 작품을 만들기로 했어요.
- 공간 디자인을 함에 있어서 예산의 제한이 가장 큰 난관이었습니다. 서울대 문화예술원에서 지원받은 예산은 300만 원뿐이지만 파워플랜트라는 커다란 전시장을 비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디자인
해야 했거든요. 전시장인 파워플랜트는 발전소로 사용했다가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있는 날 것의
느낌이 강한 공간이라 저의 디자인과 파워플랜트 공간의 조화점을 찾는 부분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층고가 상당히 높고 공간 내부의 배관 선들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캐릭터 강한 공간이죠.
과연 이 공간에 어떤 디자인을 넣어야 파워플랜트라는 공간성과 저의 무대가 둘 다 돋보일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처음 준비하는 미디어 아트 전시이다 보니 준비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여태까지는 순수 미술 작업만 해왔거든요. 기술적인 지식이 전무한 상태였기에 개발자와의 소통에도 문제가 많았고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 <smile>은 아이 트래킹 기술을 접목한 작품입니다. ‘온전한 자기 자신과 마주한다.’라는 내용의 본 전시를 상징하는 작품으로, 눈동자의 움직임을 따라 이미지가 지워지고 지워진 화면 너머로 PC캠으로 비추고 있던 체험자의 모습이 점차 드러나며 얼굴 전체를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화면이 지워졌을 때 'SMILE'이라는 단어가 나타납니다. 눈이라는 지우개로 화면을 지워 나가는 것이라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눈동자의 움직임으로 초반의 이미지를 지워 나가는 행위는 자기 자신을 둘러싼 여러 외부 요소들을 헤쳐 나가 결과적으로 자신의 얼굴과 함께 SMILE이라는 단어를 마주함으로써 온전한 자기 자신을 마주한다는 내용을 담아 제작했습니다.
- 잉그마르 베르히만 감독의 제7의 봉인 The seventh seal (1957)이라는 영화의 한 장면입니다.
한 인간의 확실성 또는 존재의 의미, 믿음에 대한 추구를 그린 영화입니다. 베르히만은 제7의
봉인을 통해 삶의 태도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And emptiness is a mirror turned to my own face.” ("그리고 공허함은 내 얼굴에 비친 거울이다.") 흑사병이 퍼진 세상에서 고립된 주인공의 고뇌를 담은 독백 장면입니다. “인간에 대한 나의 무관심이 나를 쫓아냈습니다. 나는 지금 꿈속의
죄수인 유령의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고백하고 싶지만, 제 마음은 공허해요.
그 공허함은 거울이에요. 제 얼굴을 보고 혐오와 공포를 느껴요.”라는 대사가 이어집니다.
저는 주인공이 놓인 공허한 상태에 주목했습니다. 이번 전시의 제목이 'EMPTY'인 것도
해당 장면을 가져온 것에 영향을 줬습니다.
- 주인공은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진정한 자신을 마주합니다. 진짜 '나'를 알기 위해 통과하는 고립과
고독은 필수 조건이 되어야 합니다. 이 부분이 제 전시와의 교집합이었고, 이를 형상화하기 위해
이미지가 눈동자 움직임으로 서서히 지워졌을 때 결과적으로 관람자 자신의 모습이 비치어지도록
만들었습니다.
- 지구를 떠나 나만의 행성을 만든다. 이번 전시의 내용을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지구에는 이미 당연하게 생각되는 것들이 많습니다. 중력이 작용하고 시간은 한 방향으로 흐르며
산소 호흡을 합니다. 홍채 행성은 모든 요소로부터 자유롭습니다. 'destructive innovation'이라는 단어를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알게 되었습니다. '파괴적 혁신'이라 번역할 수 있는데요,
기존의 것을 무너뜨려야 새로운 혁신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번 전시의 제목이자 ‘텅 빈’
이라는 의미를 가진 'EMPTY'는 결국 어떠한 개념이나 원리도 존재하지 않는 ‘없음’의 상태를 나타내요. 여기서 모든 것이 다시 태어나죠. 사람들이 만든 '빈' 행성에서 얼마나 다양하고 재미있는 세계가
탄생할지 기대가 됩니다.
- 저도 전시장 배치 인원의 유니폼을 디자인하면서 흰 가운과 우주인 컨셉 의상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던 기억이 있어요. 결국 '엠티'가 추구하는 건 '우주 여행자'보다는 관람자를 자신의 행성으로 보내주는 '연구자'에 가깝다는 생각에 연구원을 연상시키는 흰 가운을 입기로 했습니다.
- 고유함에 앞서 저는 개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개인의 개성은 자기 자신에 대해 알아가면서 정립되는 것이라 생각해요.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스스로에 대해 탐색하는 과정에 따라 그 깊이가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고유함도 개성과 일맥상통한 개념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에 대해 알아야 온전한 고유성이 발현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러한 개성과 고유성이 발현되기 위해서는 ‘자유’가 필수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장 중요시 여기는 가치가 자유인 이유도 이 때문이에요. 전시의 제목, 즉 '텅 빈'이라는 의미는 결국 어떠한 이데올로기나 철학, 법칙에도 구애받지 않는 자유를 의미합니다. 저는 모든 사람에게 자기 자신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모든 가능성의 터전인 홍채 행성을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 이번 전시에서는 홍채를 촬영하고 만들어진 영상을 전시하는 것에 그쳤지만 저는 이 영상을 도메인이나 플랫폼의 형태로 데이터를 저장해 사용자가 자신의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언제나 자기 홍채 데이터를 볼 수 있도록 만들고자 합니다. 가장 크게는 홍채 행성을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으로 구현해서
실제로 사이트 유저가 자신의 행성을 원하는 형태로 만들 수 있도록 AI 기술을 접목시킨 게임 플랫폼을 만들고자 합니다. 그 이전의 단계로는 데이터를 누적하고 도메인에 접속한 관객이 자신의 홍채
영상을 볼 수 있는 도메인의 형태를 우선적으로 개발을 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대한민국 서울에서 진행되었지만 앞으로의 프로젝트들은 국제적으로 확장하고자 합니다. 왜냐하면 동양인의 홍채는 형태의 차이는 있지만 홍채 자체의 색깔은 대부분 갈색으로 통일되어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세계에는 더 다양한 형태의 홍채가 존재하고 홍채 자체의 색도 파란색,
황갈색, 적색 등 무궁무진하게 다양할 테지요. 물론 전시를 여러 국가에서 진행하는 방법도 있지만
아예 카메라를 개발해서 각 국가에 설치하고 촬영이 진행된 데이터를 한 데에 모으는 방식의 전시도 구상 중입니다.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다양한 형태로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갈 계획에 있습니다.
- 작가 박민하입니다. 카메라 렌즈 너머로 여러분의 홍채를 바라볼 그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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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하 작가는 '자유'와 '고유성'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듯해.
나의 '알맹이'를 마주하는 것, 그리고 행성을 만드는 것. 철학자 니체의 말 중 유명한 구절이 있지,
"당신이 심연을 깊이 들여다본다면, 그 심연도 당신을 깊이 들여다볼 것이다."
연이들의 행성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인터뷰를 마치고 박민하 작가의 추후
프로젝트들이 더 궁금해졌어. 상당히 광대한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는 박민하 작가의 작품세계가 앞으로도 우주처럼 끝없이 펼쳐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예술 영화를 좋아하는 연이들이라면 이번 레터를 계기로 제7의 봉인을 보는 건 어떨까?
오늘 레터도 재밌게 읽었어? 처음 해보는 인터뷰라 서투르고 부족한 점이 많았던 것 같아.
두 편의 레터를 집중력 있게 읽어준 연이들 고마워! 답장을 통해서 아쉬운 점이나 다양한 의견도 주면
고맙겠어! 그럼 3주 후에 더 재미있는 콘텐츠로 찾아올게.
그때쯤이면 날이 풀리고 따뜻한 봄이 오지 않을까?
From. 다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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