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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터어리 May 24. 2024

나만의 행성을 갖는다는 것.

다야의 두 번째 레터




연아, 오랜만이야!

사실 안 오랜만이야...ㅋㅋㅋㅋ 나는 거의 지난주부터 쭉- 레터어리에 대한 생각만 하고 있었거든. 

오늘은 어떤 재밌는 전시를 보여줄까 하고. 벌써 3주가 지났고, 새해 인사를 건넸었는데 3월이 됐어! 

날씨가 봄기운처럼 청량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야.






지난주 주영화의 일기는 어땠어? 나는 그가 '인턴기자'라는 직업인과 '인간 주영화' 사이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듯 한 느낌이 들어서 한편으론 안쓰럽기도 했어. 레터에서의 주영화가 참아내야 했던 건 어쩌면 

'기자'와 '나'라는 두 가지 정체성의 간극 사이 그 어딘가에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주영화의 지난 레터 보기


나는 우리 모두가 여러 가지 자아를 한데 끌어안고 산다고 느껴. 

누군가의 가족, 누군가의 친구, 인종, 직업 등등··· 이 모든 것을 겹쳐 놓아야 비로소 나인 거지. 

예를 들어 나는 한국인이자 직장인이고, 누군가의 딸이자 언니이면서 레터어리의 필진 '다야'이기도 하지. '나'를 둘러싼 울타리를 원했는지, 원하지 않았는지 크게 고민하며 살지는 않지만 가끔은 '왜 이런 굴레가 생긴 걸까?' 생각하곤 해. 누구나 모든 걸 떨쳐내고 싶은 기분이 들 때가 있지 않아? 내가 책임져야 할 것들, 내가 지닌 무게, 역할 ··· 우리가 해방되고 싶어 하는 이유는 어쩌면 영영 해방되지 

못하리란 걸 알고 있어서일지도 모르겠어. 과연 그 해방은 진짜 '나'를 정의하는 과정이 될 수 있을까?



•*¨*•.¸¸♪






#

뻔한 질문
끌어안고 있던 모든 허울과 '이름'이라는 껍데기를 다 벗어던지고 나면 진짜 '나'는 누구일까? 

어찌 보면 꽤 뻔한 질문이지. 근데 이렇게 생각해 봐. 혹시 우주에 아무런 규범도 철학도 물리법칙도 없는 나만의 행성이 있고, 내가 그 행성의 주인이라면? 내가 어떤 행성을 만들어내느냐가 곧 '나'가 되겠지.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느껴지나? 여기 진짜로 나만의 행성을 만들어주는 전시가 있어. 

단순히 표현하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나의 행성 만들기'로 풀어낸 미디어 아트작업이야.




EMPTY : "The Inner Space"

사람들은 일상에서 본연의 자신을 망각하곤 합니다. 지구에는 이미 시간, 성별, 인종, 국적처럼 수많은 개념과 속성들이 오랜 기간 축적되었습니다. 견고화된 틀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정의 내려집니다. 지구를 떠나 인간의 신체에서 가장 고유한 홍채 행성에서 모든 것은 본인의 선택에 의해 결정됩니다. 그 어떤 개념도 존재하지 않는 행성에서 사람들은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 가며 온전한 자신과 마주합니다. 개인의 행성들이 모여 있는 또 하나의 유니버스, EMPTY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전시 <EMPTY : “The Inner Space”>(이하 '엠티')는 홍채 정밀 촬영과 아이 트래킹 기술을 활용한 

기술 융합 전시로, 홍채 형태를 기반으로 관객 개인의 홍채 행성 영상을 실시간으로 생성하여 상영하는 

미디어 아트야. 사람마다 가진 홍채가 모두 다른 모습이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 거울을 통해 홍채를 

보려고 노력해 본 적 있어? 가까이 다가가면 거울에 얼굴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홍채는 눈동자 안쪽 

어둡고 깊은 곳에 있어서 그 고유한 형태를 자세히 알 수가 없어. 마치 심연을 바라보려 애쓰는 것과 

비슷해. 아트 디렉터 박민하는 사람들의 홍채를 촬영해 행성으로 만들고, 그가 만든 가상의 우주에 행성을 띄워주는 역할을 해.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고? 바로 보여줄게!







SF영화에 나올법한 독특한 콘셉트의 전시장에 도착했어  날씨가 되게 좋았는데대조적으로 내부는 

버려진 우주선 같은 모습이라다른 세계에 온듯한 기시감이 들었어.







이렇게 좌석에 앉아 홍채를 촬영했어신기하지확대해서   홍채에 달처럼 크레이터가 보이더라.







우주에 띄워진  홍채 행성은 이렇게 생겼어동영상으로 보여주지 못하는 게 아쉽다

박민하 디렉터로부터 홍채 행성에 대한 설명을 들을  있었어.







다음은 아이 트래킹이야눈을 지우개 삼아 이미지를 지워나가면 얼굴을   있게 

눈으로 이미지를 지운다그러면  안에서 나를 본다껍질을 벗겨낸 과일의 속알맹이처럼

진짜 나는  안에 있었을까? (얼굴이 보여서 스티커를 붙였어 ㅋㅋㅋ)



•*¨*•.¸¸♪



나의 행성이 생겨난 거야! 지구를 떠난 내가 오롯이 만들 수 있는 세계, 여기서는 그 무엇도 비난받지 

않고 무엇으로든 채울  있어물론 비워  수도 있어 어떤 간섭도 존재하지 않을 때 비로소 나를 

온전히 채울  있는 '자유' 박민하 디렉터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야.




"지구를 떠나자" 명제는  전시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었어온갖 이데올로기와 법칙이 작동하지 

않는 자유를 위해 물리법칙까지 무시하고자 했던 작가의 철학이 짐짓 묵직하게 다가왔거든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전시이기도 했어다만관람 시간이 15 내외로 짧았다는 점이 아쉽긴 했어.




고백하자면 내가 가장 선호하지 않는 전시가 바로 '미디어 아트전시야경험에 의하면 미디어 아트 전시는 '유명한 화가 누구누구'라는 이름을 등에 업고 화가의 작품 속으로 들어가 보자며 공허한 빛만 쏴댈 뿐이었거든관객이 작품의 일부가 된다는 듣기 좋은 핑계까지도 말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나는  전시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느낄  있었어

오늘  풀어낼  없을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박민하 디렉터와 나눴거든연이들이 괜찮다면 다음 

레터는 박민하 디렉터와의 인터뷰를 소개할까 !




•*¨*•.¸¸♪




오늘 일기도 재미있었어? 내가 말이 너무 많지는 않았는지, 레터 읽는 내내 지루한 표정을 하고 

있던 건 아닌지.  걱정을 잔뜩 안고 이만 줄여볼까 해. 맞아, 분량조절 대실패야... 봐주라. 뭐든 좋으니 

답장 꼭 해주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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