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을 다시 시작하는 법
명상을 하면 삶이 바뀔 줄 알았다. 고요한 마음을 얻고 평화를 누리고 모든 사람에게 사랑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도 어머니에게 화를 냈다. 요가를 하고 명상을 하고 감사를 표해도 삶은 그대로이다. 나는 여전하다.
평화로운 날도 있다. 명상이 잘 되고 알 수 없는 기쁨이 차올라서 세상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날도 있다. 오늘도 그랬다. 며칠 간 다퉜던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문제는 나에게 있다고, 내가 내 마음 하나 다스리지 못한 것이라고 되뇄다. 온 몸이 사랑으로 꽉 차서 싱글벙글하며 어머니와 넌지시 얘기도 했다. 내가 대견스러웠다.
하지만 다시 분노에 휩싸였다. 어머니에게 화를 냈다. ‘또 시작이네.’ 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화는 정신 없이 쌓였다. 가족으로 사는데 이렇게 안 맞을 수가 있나? 내가 본인 때문에 겪은 일들을 떨치고 이만큼 평화를 얻었는데 왜 아무것도 바뀌지 않지? 빙글빙글 돌기만 하는 분노에 말 할 힘을 잃고 방 문을 닫았다. 그리고 바로 허무해졌다.
문을 닫자마자 분노는 사라졌다. 화를 쏟아내고 나니 어디에도 없다. 멍해졌다. 몇 초 전에 혀 끝이 따가울 정도로 내 몸을 휘감은 분노가 어디로 갔지? 나를 놀리나? 의자에 기대서 눈을 감았다. 어머니에 대한 원망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자괴감이 들었다가 사라졌다. 그저 고요한 나만 있었다. 나는 또 마음이 당기는 대로 끌려갔다.
내가 화를 낸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 내 안에 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무슨 말을 했어도 화를 내야만 하는 이유는 없다. 내 안의 분노가 나를 치지 못하니까 밖으로 향했다. 세상을 향한 분노는 너무나 쉽고 당당해진다. 정당한 분노를 표출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아니다. 내 안의 분노가 있었다. 그게 다이다.
다시 자리에 앉아서 명상을 한다. 괴로워하지도 않고 후회하지도 않는다. 애써 사랑을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 가만히 있어본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