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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편지 Aug 01. 2021

부모님이 나이 들고 있다.

 

거실에 있는 부모님을 본다. 내 방에서 대각선으로 시선을 돌리면 어머니는 바닥에, 돌 침대 위에는 아버지가 있다. 멀리서도 주름이 보인다. 아버지는 더 이상 염색을 하지 않아서 귀 옆으로 이어진 머리가 하얗다. 조금 늘어진 런닝에 파란색 인견 바지를 입고 손을 멀찌감치 떨어뜨려서 폰을 본다. 어머니는 돌 침대에 등을 기대고 한 쪽 무릎을 접고 티브이를 본다. “저것 좀 봐봐.” 라며 아버지 무릎을 치면 아버지가 “키야. 저거 진짜 잡기 어렵다이.” 라고 대답을 한다.


 부모님이 나이 들고 있다. 얼굴과 손, 목에는 크고 작은 주름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어깨는 일부러 펴지 않으면 앞으로 말려 있다. 처음 맡아보는 냄새도 난다. 밥을 먹다가 반찬을 흘리고 손에서 물건을 자주 떨어뜨린다. 나는 여름이 되어서도 올 해의 나이를 받아들이지 못했는데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은 흐르는 시간에 무심해 보인다. 간간히 여기저기 쑤신 데를 얘기하며 “우리도 다 됐네.” 라며 나이를 흘려 보낸다.


 혼자가 되는 날을 생각해본다. 그래도 덤덤하다. 나는 부모님의 부재를 모른다. ‘다시는 볼 수 없음.’에 대한 막연한 먹먹함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매일같이 “어디고?”, “알.” 이라고 오는 문자, “이게 무슨 말이야?” 라며 폰을 들고 방으로 오는 물음표 가득한 얼굴, 책상 위에 한 가득 놓인 약봉지를 못 본다고 생각하니 무언가가 사라지는 느낌이 든다. 가족들이 모르는 곳으로 영영 도망가고 싶은 순간이 한 두번이 아닌데도 나의 일상은 여기에 있다. 가족에게 내 모든 것이 있다.


 거실 벽에는 가족 사진이 걸려있다. 더 늙기 전에 찍자는 아버지의 말에 빨간색으로 옷까지 맞춰 입고 찍은 사진이다. 오밀조밀 모여서 최대한 밝게 웃는 우리 모습이 낯설다. 우리는 사진처럼 마냥 행복하지도, 화목하지도, 평화롭지도 않다. 그래도 여전히 함께 산다. 서로를 너무 잘 알면서도 아무것도 모르지만 개의치 않고 집으로 온다. 아버지, 어머니, 자식이라는 이름표를 가슴에 붙여야 입장할 수 있는 여기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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