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만드는 법》,이연실
에세이가 한 사람이 자신의 몸으로 직접 보고 겪고 느낀 일을 쓰는 장르인 만큼, 이 바닥에서는 편집자도 몸 사리지 말아야 한다.
책 내고 싶은 사람은 많고, 책 읽는 사람은 없는 세상에도 사람들은 글을 쓴다. 멀리서 보면 비슷비슷한 삶도 가까이 들여다보면 제 각기 다른 이야기가 있다. 한 사람의 인생 전체에 펼쳐진 이야기를 얼마나 날카롭게 다듬느냐에 따라서 나만 재미있는 일기인지 남이 찾아 읽는 에세인지 결정 난다. 이 책의 저자는 고고학자 같다. 고대 문자처럼 해석되지 않은 한 사람의 이야기를 찾아 나서고 경력과 경험으로 무장하여 이야기의 진원지를 해석하며 결국에는 사람들이 놀랄만한 이야기를 세상에 내보인다.
무언가를 너무 사랑하다 보면 그 외의 다른 것을 너무 쉽게 미워하게 되는데, 그때 내가 잠시 그 덫에 걸렸던 것 같다.
이 책이 매력적인 것은 저자의 사랑이 진심이기 때문이다. 무엇에 대한 사랑일까? 저자는 자신의 일을 사랑한다. 그것도 열렬히. 15년 차 에세이 편집자의 외길을 적은 책이라면 당연히 희로애락이 있다. 하지만 ‘로’와 ‘애’ 마저도 찐한 사랑이 묻어난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기 때문에 화내고 상처 받고 슬퍼한다. 저자가 겪은 순탄치 못한 순간들에도 이야기와 작가, 편집에 대한 저자만의 뜨거운 온도가 느껴진다. 거기에 사람과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은 저자가 누구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이 책과 편집자라는 직업, 그리고 저자 자신이 삼위일체로 빛나는 것은 보통의 내공으로는 해낼 수 없는 일이다.
책의 가능성과 경계를 한정 짓지 않는 것, 더 많은 독자를 상상하는 것은 에세이 편집자의 재미이자 특권이다.
나는 스스로 질문을 한다. 나는 내 직업을 사랑한 적이 있었던가? 단 한 번도 없다. 그럼 일을 사랑한 적은? 없다. 일을 한다는 것은 돈을 벌기 위함이었고 사랑하는 것은 퇴근을 하든 퇴사를 하든 회사를 떠나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사는 내가 좋았나? 아니. 그렇게 사는 것이 싫어서 매번 회사를 그만뒀다. 이렇게 살기 싫은데 이렇게밖에 살 수 없어서.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사랑에 빠지면 된다. 더 간단한 방법이 있다. 사랑하는 일을 찾아서 직업으로 삼고 그런 나를 사랑하면 된다. 어렵다고 느껴지는 것은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내내 구석 어딘가에 처박혀서 빛이 나는 저자를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다른 세상 사람을 보는 것 같았던 이질감이 나도 저 빛을 느끼고 싶다는 열망으로 변해갔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나를 되돌아보았다. 그리고 배웠다. 사랑하는 일은 언제 어디서나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