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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편지 Feb 06. 2022

새로 사귄 친구들

이상하고 사랑스러운


지난여름에 새 친구들을 만났다. 모두 내 또래의 청년 여성이다. 그 친구들이 꾸려가는 모임에 일일 참가를 했다. 가뜩이나 친구 없는 내가 전날부터 기대에 부풀어 어찌나 잠을 설쳤는지 결국 지각을 했다. 모임 장소에 도착했을 때 나란히 앉아있는 그들을 보며 왠지 한 번의 만남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모임은 참으로 즐거웠다. 2시간으로 예정되어있던 모임이 4시간이 다 되도록 함께 쓰고 얘기했다. 난생처음 보는 이들이었지만 그곳에서 나는 꾸미지 않고 숨기지 않고 오롯이 나로 있었다.


 그날, 유독 마음이 가는 친구가 있었다. 동그란 얼굴에 동그란 안경을 쓰고 적시에 유쾌한 농담을 던지는 친구였다. 그 마음이 닿았던 것인지 모임이 끝난 후에도 연락을 할 수 있었다. 이런 기회가 흔치 않은 나는 멋쩍음은 던져버리고 당장 만나자고 만남을 재촉했다. 그 이후로 일주일에 한 번씩 보며 '친구'로 부를 수 있게 되었다. 우연인지 인연인지 걸어서 10분 거리에 살고 있었고 같은 동네에서 나고 자란 데다가 동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같은 동네 정서를 갖고 있었고 그것이 우리를 빠르게 이어주었다.


 작년 연말에도 친구들을 만나고 따로 또 같이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친구들에게 홀랑 반했다. 이런 멋진 여자들이 내 옆에 있다니. 내 친구라니. 나는 어디서도 못할 말을 가감 없이 하고 또 했다. 내가 겪었던 일들이 그들의 공감과 위로를 얻고 서툴지만 천천히 슬픔을 흘려보냈다. 나 역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해주려고 노력한다. 따뜻하게 안아주고 망설임 없는 지지를 보낸다. 지난날에 상처가 어떤 흔적으로 남아있더라도 우리는 나아갈 수 있다고 얘기한다. 긴 하루에는 친구들이 생각난다. 나는 돌아갈 곳이 있다.


 사람 만나기를 피한 세월이 무색하게 친구들을 사랑하는 나를 보며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고 느낀다. 날 서있는 나 자신은 어느새 등 뒤로 멀어지고 상처받아볼 요량으로 걷고 있는 내가 있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이해 안 됨과 그래도 이해해봄을 넘나들겠지만 그 간극이 이제는 유쾌하다. 모두가 이상하고 전부가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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