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아직도
사춘기는 으레 부모에게 가장 반항하고 싶어지는 시기라고 한다. 열다섯 쯤 됐을 때 나에게도 사춘기가 찾아왔다. 괜히 모든 것에 딴지가 걸고 싶었고, 모든 것에 반항하고 싶었다. 하루는 별 것 아닌 일로 엄마랑 말다툼을 했다. 틱틱대며 시비를 걸었고, 엄마는 “너 왜 그래?”라며 한 마디 쏘아붙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이없지만, 그땐 나름 상처 주는 말이랍시고 엄마에게 “사춘긴가 보지”라고 대놓고 말하고는 철커덕 방문을 잠그고 내 방 안에 틀어박혔다.
전쟁의 서막이었다. 문을 잠그는 것은 우리 집의 절대 금기이다. 엄마는 유독 문을 꽉 닫는 것, 문을 잠그는 것에 예민했다. 내 방 문이 잠기자 엄마는 불같이 화를 냈다. 문이 뽑힐 듯이 쿵쿵 두드리며 언성이 점차 높아졌다. “문 열어! 문 열어!” 한참을 씩씩대던 나는 문을 달칵 열었다. 엄마는 사자후를 외쳤다. “여기는 내 집이야! 문 잠그고 싶으면 네 집에서 잠가!” 고작 열다섯이었다. 내 집을 가질 수 없는 부모의 도움 없이는 혼자 살기 힘든 열다섯. 그 아이에게 이 말은 집을 나가라는 말과 똑같은 힘을 가진 말이었다. 내 집은 없다. 스물여섯이 된 지금도 없는 내 집이 그때라고 있었을까. 그러니 엄마는 나에게 내쫓기기 싫으면 내 말대로 하라는 통보를 한 것이었다. 나의 치기 어린 반항은 엄마의 폭압적인 통보에 지고 말았다.
“사춘기가 뭐라고 이러는데! 엄마는 갱년기야! 사춘기도 이기는 게 갱년기야! 건들지 마!" 엄마는 입으로 나를 조곤조곤 때려눕혔다. 나의 사춘기는 엄마의 갱년기에 지고 말았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문을 잠글 수 없다.
#찬란한 추락 #첫 번째 칸 #나의 이야기 No.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