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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주껏빛나는 Feb 24. 2021

일주일에 한 편씩 써보고 싶다!

글쓰기는 왜 이렇게 힘겨울까 - 다짐할 곳이 없어서 브런치에 해보는 다짐

쓰고 싶은 이야기가 '하릴없이' 쌓여만 가고 있다.

고 문득 생각이 들었다.


그냥 저 단어가 스쳐 지나갔는데, 정확한 뜻을 모르겠어 사전을 찾아보니 이런 뜻이라 한다.


누가 쓰지 말라한 것도 아닌데, 왜 도리가 없어졌는지 가만히 고민해봤다.


요즘의 생활을 돌이켜보자면 육아와 일을 병행하게 되면서 여유가 사라졌다. 물론 일과 중 아이는 시어머님께서 도맡으신다. 그러나, 아이가 낮잠 자던 시간이 나름의 자유였던 육아휴직 기간에 비해 턱없이 여유가 없는 삶이 되었다. 퇴근 후에는 집안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퇴근한 엄마를 말똥말똥한 눈으로 웃으며 바라보는 너무 예쁜 딸도.


그런데 사실, 내 마음은 알고 있다. 그건 표면적 이유라는 걸. 물리적인 시간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진 않다. 정말 '도리'가 없는 것은 아닌 것이다. 사실 내가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는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겪는 것과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정리해보면,


1. 시작이 어렵다.

막상 쓰기 시작하면, 쓰고 싶은 이야기도 많고 타자가 술술 쳐지긴 한다. 그런데 하얀 화면이 글자로 채워지는 순간순간마다 글이 '글'이 아닌 '글자'로 밖에 머물지 못하는 느낌이 계속 든다. 읽는 글이 늘어날수록 안목은 높아만 진다. 게다가 출간 작가의 성역인 줄만 알았던 '글쓰기'의 세상이 일반인들에게도 열린 시대가 와서 내가 아는 뛰어난 '쓰는 사람'만 해도 차고 넘친다. 그 와중에 나는 내 깜냥을 알아서 나의 글이 그렇게 뛰어나지 않음을 너무나 잘 안다. 내 글은 보잘것없어서 글을 써서 무얼 하나 하는 생각이 계속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이다.


이 와중에

2. 시간을 보낼 재밌는 것들이 널리고 널렸다.

예전처럼 일주일 중 절반의 밤을 밖에서 보내는 생활은 이제 꿈꿀 수도 없게 되었지만, 밖이 아니라 집 안에도 재밌는 것들이 널리고 널렸다. 안 그래도 게으른 내가 글을 잘 쓸 수 없는 이유를 떠올려본다. 자연스럽게 글 안 쓰는 시간에 뭐하나 생각해보니

우리 딸 (보고만 있어도 좋고, 같이 놀아도 좋고, 혹여나 딸을 위한 험한 노동에 쓰인다 해도 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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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가 있었다. 나는 '쓰는 사람'이고 싶었는데, 어느덧 '보는 사람'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읽는 사람'도 못 되고 '보는 사람' 이라니. 써서 내 마음과 생각을 정리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것에 시선을 돌리거나, 손가락만 움직이면 되는 '보는 유흥'에 육신과 정신을 내주고 있다. '많이 쓸 거야' 라던 브런치 작가가 처음 되었을 때의 다짐은 쏙 들어가고 게으른 내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러다 보니

3.  써도 그만인 이유를 찾게 된다.

당장 내 생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아무 생각 없이 쉬기에도 나의 주어진 하루는 부족하다

가계의 발전에 큰 영향이 없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등등.

찾자면 수십 개의 이유도 더 찾을 수 있다.


그런데 결국 정리해보면, 가시적인 성취가 없으니 큰 동력을 못 찾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정말 작가가 될 수 있었다면, 혹은 브런치 독자가 정말 많았다면 신이 나서 글을 계속 써 내려갔을 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글을 쓰고 싶다.

이렇게 '일주일에 한 편씩 써보고 싶다'라고 소심한 선언을 해 볼 만큼. 많이 쓰고 싶고 잘 쓰고 싶다.


마지막으로 떠올린 안 써도 그만인 이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와 정확히 반대로 '내가 알아주니까' 쓰고 싶다. 결국 남기지 않으면 흩어질 감상들, 흘러갈 감정들인데 누가 봐준 들 봐주지 않은들 '나'라는 독자만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한 거 아닌가란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내가 알아주는' 내가, 나 스스로에게 떳떳해지는 자존감을 높이는 과정인 것 같다. 한 편씩 차곡차곡 쌓이는 글들을 보면서, 허투루 보내지 않은 시간들이 이만큼 쌓였구나 싶어서 스스로에게 뿌듯해지는 감정을 계속 느껴보고 싶다.


세심해지고, 매력적이 어지는 글들을 보면서 스스로가 '써야만 하는 이유'를 찾고 싶다. 단순히 주어진 것을 '보는 사람'이 아닌 진짜 '읽고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하얀 화면에서 움직이는 커서를 따라 글을 채워가는 시간이 내가 '나'일 수 있는 하루 중 얼마 안 되는 시간임을 알아서이다. 누군가의 '엄마', '팀원', '아내', '딸', '며느리'는 걷어내고 오로지 '나'인 시간. 고민을 하고 정제된 단어로 자기를 표현하는 이 시간이, 시작이 어렵지만 끝낼 때 작은 희열이 오는 시간임을 겪어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을 쓰자'라고 다짐을 하고선,

다짐을 남길 곳이 없어 브런치에 남겨본다.


그나마 공개적인 공간에 남겼으니,

글로 남겨진 다짐이 민망해하지 않게 하려고 나를 좀 더 끌게 될까 해서.





그런데 생각해보니, 브런치 작가들 중에는 나 같은 분들이 엄청나게 많을  같다. 다들 브런치 글세상이 어떠신지 궁금하다. (클럽하우스라도 열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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