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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태완 Mar 26. 2021

눈물

2021. 3. 24


  이유 없이 눈물이 난다. 서럽거나 슬픈 감정이라 칭하기엔 그 농도가 너무 묽다. 보고 싶은 사람이 웅덩이에 빗물 튀기듯 수도 없이 튀어 오르는데, 사실 손을 마구 휘저어도 잡을 수 없는 이들이 너저분히 늘어져 있다. 풍선에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지질한 울음을 터트려도 들어주는 것은 결국 나의 뺨 가장자리에 달린 두 개의 귀뿐이다.


  우는 게 이제는 너무 지겨워요. 울면서도 밥을 먹고, 울면서도 노래를 듣고, 울면서도 샤워를 하고, 울면서도 택배 상자를 뜯거든요.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운다는 사실이 참 억울한 거 있죠. 그래서 어제는 이유라도 만들면 조금 낫지 않을까 싶어 방문을 잠근 채로 술을 진탕 마셨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눈물이 걷잡을 수 없게 쏟아졌음에도, 틀어놓은 영화에 무진장 집중을 할 수 있었어요. 애초에 이 울음에 이유를 집어넣는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말이 되는 거겠죠. 어쩌면 습관일까요. 눈물을 흘리는 게 습관이라면 참 안타까운 일일 텐데요. 참 안타까운 일일 텐데.


  남들 다 봄이 왔다며 방방 뛰고 무척이나 좋아하는 것만 같아서, 나도 기분 좋은 척 따뜻한 척이란 척은 다 하고 있는데요. 실은 조금도 들뜨지 않았거든요. 오히려 이 간질거리는 느낌에 큰 불편을 느끼는 중이죠. 혹시 나만 이런가 싶다가도 몇몇 사람들 또한 바닥을 기는 듯이 슬퍼하는 모습을 보이기에 이를 위안 삼는 이기적인 마음을 하나 키워요. 나는 또 나만 이 다정한 봄을 등지려는 줄 알았지 뭐예요. 다들 그런 것을.


  사람이 너무 슬플 때는 글을 쓸 수가 없대요. 글쎄요. 누군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히 나는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깨진 바위틈으로 숨어드는 개울처럼 모난 눈물을 줄줄 흘려내면서도 글을 쓰고 있는 걸 보면, 아무래도 이건 거짓 슬픔인지도 모르겠네요. 이유 없이 눈물이 나요. 그러니까 정말 아무 이유도 없이 계속 눈물이 나요. 잠이 쏟아지는데 나른한 날을 전부 잃어버렸거든요. 진종일 우느라 그 외에도 전부 잃어버린 기분이에요. 쉴 새 없이 울어대느라 전부 까먹었어요. 봄이 왔다는데 나는 겨울을 건너온 기억이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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