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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태완 Mar 30. 2021

사랑하지 않으니까

2021. 3. 29


  더는 사랑하지 않으니까, 라는 말이 정말이지 내겐 최선의 선택지였어. 있지, 세상에는 아무리 갈라지고 짓이겨져 하염없이 안쓰러워 보인대도, 함부로 어루만져선  되는 마음이란  있대. 아마도 잃어버린 사랑의 무너진 마음 같은 거겠지. 그건  여지를 주는 일이  테니까. 하필 모두가 파릇한 봄기운 삼키며 들뜨기 바쁜  계절에 아픔을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어쩌면  오래도록 죄책감에 시달리고 시달리다, 볼품없이 말라갈 수도 있겠지. 먼저 이별을 말한 주제에 하고 싶은 말은  이렇게나 많아.    같은 기분은  추슬러 볼게. 하지만 이건 절대 사랑이 아니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어.

  언젠가 영원한  아무것도 없다고 누가 내게 말한 적이 있거든. 물론 그때는 콧방귀나 껴대고 있었지. 네가 낭만을 몰라서 그런 거라고. 네까짓  깊은 사랑을 겪어본 적이나 있느냐고. 그런 김빠지는 소리나  거라면 다시는 아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윽박지르면서 말이야. 그러는 나는 이제 그때  사람 앞에 부끄러워서 다신   없을지도 모르겠어. 왜냐하면 우리는 분명 영원을 약속했었잖아. 여름밤이었나. 비가 하루걸러 하루 오던 때였나. 아무튼, 눅눅하고 고요한 바람이 쏟는  사이사이로 은밀하게 불어오던 밤이었을 거야. 약지를 걸어가면서까지 약속한  아니지만, 그때 우린 분명 영원을 약속했었어. 이제  문득 드는 생각인데, 그때 우리가 조금만 가까이 앉아  약지를 걸고서 약속했다면 조금은 달라졌을까. 영원한  없다 말하는 사람을 그렇게나 얕잡아 봤던 내가,  스스로 굳게 믿던 영원을 산산이 조각내버렸어. 너무 슬픈데  슬픔 같지 않은 슬픔을 알아? 하지만 이건 절대 사랑이 아니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어.

  마지막까지 얼음장처럼 차가웠던 나를 부디 있는 힘껏 원망해줘.   며칠 그렇게 원망하다, 끝끝내 나를 잊어줘.   줄기 없어   앞도 보이지 않는 검은 방에 함께 누웠던 것도, 슬픈 노래 밤새도록 틀어두고 온몸으로 흐느꼈던 것도, 그러다 잔뜩 겁먹은 내가 네게서 재빨리 도망쳤던 것도 전부 서서히 잊어줘. 아직  녹지 못한 눈이  봄의 초입 뒤에 숨으면, 아픈  죽도록 싫은, 하나의 사람에게 완전히 잊히고 싶은 동백꽃  송이 피기도 한다는   알아줘.

  지금 네가 느끼고 있을  허무와 아픔이 얼마큼의 크기로  생애를 뒤흔들어댈지는 감히 상상하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조금의 거짓 없이 사랑을 논했던 그때를 조금씩 꺼내먹으며 주린 마음 채워가길 바랄게. 누가 뭐래도 너는 내게 사랑받았던 사람이고,  또한 네게 모자람 없는 사랑을 받았던 사람이니까. 지금은 우리가 다시는 마주치지 않았으면 싶지만, 언젠가 농담처럼 서로의 얼굴을 아무 거리낌 없이 마주하게 되는 날에 닿는다면, 그때는  많이 고생했다고 이야기해 줄게. 그때의 너는 내가 지금 놓아버린  뼈저리게 후회하게  만큼  근사한 사람이려나. 지금도 충분히 멋진 사람이야, 라는 말은  상황에 너무 맞지 않는 말일까. 어쩌면 많이 사랑했었다는 말도, 함께일  축제처럼 행복했었다는 말도 이미 전부 거짓이 되었으려나. 그렇다면 우리가 처음 만났던  ,  여름밤으로 다시 돌아가 너를 애써 피하고 싶어질지도 모르겠어. 설령 시간을 완벽히 되돌릴  있다 한들, 어차피 최선의 선택이었고 운명이었으며, 당최 피할  없는 사랑이었을 테지만. 너를 많이 사랑했었다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야. 여기까지 와서  말이 무슨 힘을 갖겠느냐만.

  서로의 행복을 온전히 빌어주기에는 너무 이기적인 끝맺음이었잖아. 그럼에도 나는, 네가 조금이라도  행복한 삶을 가꾸게 되기를 바라고 있어. 진심이야. . 우리가 애지중지 가꾸던 사랑은 흉측한 모습으로 죽어버렸대. 이제  여름밤은   하나라도 기억해주지 않으면, 영영   우주 밖으로 튕겨 나갈 모양인가 . 별안간 적적해질 때면 가끔 꺼내  테니까 크게 걱정은  해도    같아. 마지막까지  혼자만 생각해서, 이기적으로 행동해서, 모난 말만 뱉어대서 미안해. 그래도 나는  이상 너를 사랑하지 않는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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