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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태완 May 02. 2020

너는 봄이자 바다이며 다정한 정원 속의 시

나의 오감을 전부 집어삼킨 너는


너는 내 귓바퀴에서 출렁이는 짙푸른 파도
눈가에서 차분하게 일어나는 하얀 포말
코끝에서 휴식처럼 내려앉는 모래 내음

너는 내 혀 위에서 유연하게 헤엄치는 물고기
몸을 편안히 누인 살갗과 평행하는 수평선
아무래도 나의 오감을 전부 집어삼킨 너는
내가 그토록 사랑하는 봄날의 하늘색 바다

너는 이 세계에 드리우는 봄의 실재
네가 찾아오면 초췌하던 갈색 나뭇가지에도
수천의 초록색 산새들이 하나둘 내려앉는다지

너는 내가 주황색 담벼락 가까이에 활짝 핀
노란색 수선화에게서 몰래몰래 얻어 낸
한 음 한 음으로 애써 지은 향기로운 꽃 노래

너를 흥얼거리다 문득 네 속에서 어푸어푸
물장구를 치는 내 머리 위로는 하얀색 물새가 있다
사랑에 빠진 이를 보며 끼룩끼룩 웃는 것은
봄날을 비행하는 새들이 떠나기 전 필히 하는 일

너는 나의 호흡에 이만큼 깃든 봄의 정원
네가 불어오면 심심하던 연두색 풀벌레들도
폴짝폴짝 뛰놀며 낮잠 자던 풀꽃들 간질인다지

너는 늘 하던 대로 이 세계에 다정하게 펼쳐지고
나는 진종일 그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시를 쓰고

이 문장들로는 고작 한 걸음 떼기조차 어렵다면
나는 네가 허락하는 시 한 줄이라도 더 쓰려고
봄 내음 묻은 단어들을 여기저기 배열해봐야만 한다

사랑에 빠진 이의 마음을 전부 담겠다는 심정으로
무너지지 않을 만큼의 언어를 쌓아야 한다

_
<너는 봄이자 바다이며 다정한 정원 속의 시>

2020. 5. 1  하태완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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