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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태완 Jun 07. 2020

지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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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지 말자. 제발 지치지만 말자. 힘이 들면 나 지금 힘들다고 미칠 것처럼 힘들다고 고래고래 소리치자. 죽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만 있지 말고 여기 이 사람들에게 알려주자. 그리하여 어떤 형태로든 도움을 받자. 혼자 아파하지 말고 가끔은 누군가에게 몽땅 얹혀 짐이 되어 보기도 하자. 다 놓고 뛰어서 도망치고 싶더라도 지치지만 말자. 지치면 정말 다 끝이지 않나. 무언가를 다시 시작할 수도 없지 않나. 견디지 못할 것 같을 때는 지난날을 모두 헤집어보자. 마음에 드는 기억 하나 집어 올려 그곳에 잠깐이라도 푹 빠져보자. 그것에서 얻은 용기와 행복을 발판 삼아 한 번만 정말 딱 한 번만 더 나아가자.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틀고 눅눅한 여름밤의 짙푸른 하늘을 이렇게 올려다보자. 수많은 바람과 구름과 별 중에 내가 꿀꺽 삼킬 위로 하나 없으랴. 원한다면 술도 진탕 마시고 인적이 드문 곳에서 담배도 한 개비 태우고 사랑하는 사람이든 했던 사람이든 그 이름 한번 입 밖으로 내뱉어 보자. 지치지 않을 수만 있다면 내 뭔들 못하겠나. 계속해서 쓰자. 세상에는 내 생각보다 내 글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들이 많을 테니. 밤이 오면 잠을 자고 아침이 오면 꿈에서 깨자. 이곳에는 꿈보다 더 잡히지 않는 것들이 활개를 치니까. 그리운 사람들의 손을 그 손의 촉감을 드문드문 떠올리자. 그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테니까. 쉼 없이 흘러가다 보면 어디든 닿을 테니까. 우리는 모두 지치지만 말자. 여기까지 내가 나에게 내가 당신에게 당신이 나에게 보내는 손편지. 그리고 사랑이나 응원 같은 것. 하고 싶은 말들이 있다면 주저 말고 나에게 당신에게 그리고 누군가에게 건네기를. 보고 싶어요. 여기 당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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