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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태완 Nov 01. 2020

당신을 사랑해요.

2020. 10. 31

당신을 사랑해요. 10월 30일의 밤처럼 아주 조용히. 모든 것들이 다 흑백으로 변해버린 멋쩍은 시간에도, 가로등 불 천천히 입고서 색을 갖는 유명한 노란색 나무처럼 선명히. 키스하고 싶다는 말은 아직도 많이 쑥스럽지만, 어쩔 수 없이 당신의 속살을 탐하는 이 엉큼한 속내가 안타깝지만, 우우우 하며 울어 대는 가을밤 검은 새들에게는 전부 들켜버렸지만, 나는 당신을 유난히 하얗게 사랑해요. 삽시간에 붉은색으로 물들어도 좋을 마음을 입 밖으로 내보일까요. 내 말이 거짓이라 생각하는 당신은 있을 수 없도록.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뜨거운 언어를 찾을 수 없을지라도, 내 입속으로 활활 타는 성냥불을 잔뜩 집어넣고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면 되는 거니까. 재가 되어버린 나를 당신이 볼 수 있을까요. 사랑은 늘 조심해야 한다던 어른들의 말 대신 내가 훌쩍 어른이 되었잖아요. 사랑은 늘 무작정 해야 한다고 소문이라도 내야지. 당신이랑은 다 괜찮을 거라고 자랑이라도 해야지. 예쁜 밤이 못 되어준 게 내내 마음에 걸려서, 나는 당신의 왁자지껄한 꿈이라도 되어 주려고 해요. 당신이 높은 기분으로 그 잠에서 깨어난다면, 나는 그만한 하늘이라도 되어서 벌거벗은 당신을 폭삭 덮어주기로 해요. 나는 주황색 구름의 곡선만큼이나 우아한 당신을 야금야금 사랑해요. 내가 내일 아침의 축축한 잎사귀라면 머금은 이슬을 전부 건넬 수도 있을 텐데. 정신없이 사랑하는 마음 한 톨도 버리지 않고 긁어모아 당신께 건넬게요. 내가 당신을 아주 많이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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