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비로소 다시 내가 되는 시간

퇴근길 소소한 행복 찾기

by 서랍 안의 월요일

퇴근 시간, 회사 앞 신호등 앞에서 멈췄다.

빨간불을 보며 멍하니 서 있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부터가 진짜 나의 시간일까?”


하루 종일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고, 전화를 받고,

억지로 웃고, 참으며 지낸 하루.

그 안에서 나는 분명 살아 있었지만, 살고 있다는 느낌은 없었다.


지하철에서 운 좋게 빈자리를 찾았다.

자리에 앉아 이어폰을 꽂고,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나올 때

심장이 ‘쿵’ 하고 뛰었다.

아, 이게 내가 좋아하던 느낌이었지.

이게 나였지.


집에 돌아와 소파에 앉았을 때

비로소 꽉 막힌 것 같았던 가슴이 편해졌다.

이제야 내가 나인 것 같았다.

촉박한 기한에 쫓겨 긴장할 필요도 없고,

재미없는 상사의 농담에 억지로 웃을 필요도 없다.


평소보다 고생했던 나에게 자그마한 보상을 주고자

가장 좋아하는 배달 음식을 시키고,

가장 좋아하는 무한도전의 에피소드를 TV로 켜두고,

냉장고에서 맥주 한 캔을 꺼냈다.

아주 시원하다.


퇴근 후의 나는 회사에서의 내가 아니다.

나는 지금 조금 더 차분하고, 조금 더 솔직하며, 조금 더 인간답다.


이 시간이 짧은 줄 알았는데

어쩌면 이 시간을 위해서

내가 진짜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