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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아침,
필요한 건 용기가 아니다

중요한 건 포커페이스

by 서랍 안의 월요일

눈을 떴다.

시계는 6시 50분.

한참 전부터 알람은 신나게 울리고 있었고, 내 몸은 일어나기를 거부했다.


머릿속에서 빠르게 출근을 피해 볼 이유를 찾는다.

‘몸이 좀 안 좋은 것 같아.’

‘오늘 하루만 더 쉴까?’

‘어차피 내가 안 가도 어떻게든 돌아는 갈 텐데.’


매주 평일 아침이면 반복되는 혼잣말.

누군가 대가 없이 그저 딱 입에 풀칠하고 살 만큼만 돈을 준다면 평생 백수처럼 살고 싶다.


거울 앞에서 입꼬리를 잡고 억지로 웃어본다.

'파이팅'이라는 말은 언제부턴가 입 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다.

그 말이 나를 힘나게 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지하철 유리창에 비친 내 얼굴은 늘 그렇듯 아무렇지 않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늘 작지만 끊임없는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가기 싫은 마음과 가야만 하는 책임감이 부딪치며.


회사 앞에 도착하면, 나는 다시 웃으며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아침 인사를 건네고 있을 것이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출근길 아침, 나에게 필요한 건 용기가 아니라

그냥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다.


그저 조용히 흘러가는 하루.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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