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의미의 호의란
오늘,
나는 호의를 베풀고도 싫은 소리를 들었다.
임시로 채용된 일용직 근로자 선생님께 정해진 지급일 보다 조금 일찍 급여를 지급했다.
정해진 날은 내일이었지만,
굳이 하루 미룰 이유도 없었고,
가능한 한 빨리 주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다.
그게 나름의 그 선생님을 위한 나만의 ‘배려’였다.
하지만 돌아온 건 예상 밖의 반응이었다.
“왜 사전 연락도 없이 월급을 주냐”
“명세서도 없이 돈만 보내면 어떻게 하느냐”
날카롭고 다소 격앙된 목소리의 항의 전화였다.
잠시 동안 말문이 막혔다.
억울함과 당황스러움, 그리고 묘한 씁쓸함이 뒤섞였다.
억울한 마음이 올라왔고,
내 호의가 무시당한 느낌에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내가 잘못한 걸까?’
하지만 잠시 생각해 봤다.
선생님 입장에서는
예고 없이 입금된 호의가 오히려 불편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는 그저 '약속된 절차와 설명'을 원했을 뿐이고,
나는 내 방식의 ‘배려’로 그 질서를 어겨버렸다.
그건 '배려'가 아니라 '오만'이었다는 것을.
호의는
상대가 원할 때, 적절한 방식으로 건네야
진짜 따뜻한 것이 된다는 걸, 조금 늦게 깨달았다.
그렇게 생각이 닿자, 조금은 마음이 풀리는 듯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종종
“나는 잘해줬는데 왜?”라는 질문을 한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건
“상대에게도 그게 좋은 일이었을까?”라는 질문 아닐까.
호의를 베풀고도 싫은 소리를 듣게 된 오늘 같은 날,
나는 다시 한번
‘관계라는 건 오로지 나의 시선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