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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한 여름 저녁,
내가 오늘도 배운 것은..

때로는 시선을 비틀어 보기

by 서랍 안의 월요일

퇴근길,

바람 한 점 없는 습한 여름 저녁이었다.

지하철 안은 이미 하루의 피로와 더위로 눅눅했다.


그때,

내 옆자리에 말쑥한 셔츠 차림의 한 남성이 앉았다.

그리고 곧,

코끝을 스치는 불쾌한 땀냄새에

“아, 빨리 내리고 싶다. 다른 칸으로 자리를 옮겨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문득,

그 냄새를 단순한 ‘불쾌함’으로 여기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건 아마도

하루 종일 더위와 싸웠고, 여러 사람들과 업무에 치이며,

버텨낸 하루의 흔적일지도 모른다.


그 남성분도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남편이자 아버지이며,

한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이었으며,

혹은 자기 꿈을 지키기 위해

이 습한 여름 저녁을 견디고 있는,

멋진 누군가일 것이다.


그러자 이상하게도

그 땀 냄새가 더 이상 싫지가 않았다.


마치 전장에서 무사히 돌아온 전우의 옷에 밴 흙냄새처럼,

오늘 하루를 끝까지 인내한 사람의 자랑스러운 표식처럼 느껴졌다.


불쾌함에서 이해로


사람은 참 단순하다.

같은 상황이라도,

그 이유를 알게 되면 느끼는 생각과 감정이 달라진다.


불쾌함이 이해로,

거부감이 연민으로 바뀐다.


오늘 나는 지하철 안에서

‘생각의 전환’이라는 작은 선물을 받았다.


세상을 향한 시선을

조금만 비틀어 보면,


불편함 속에서도

그 사람의 이야기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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