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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희 Sep 04. 2020

정신 건강도 중요하더라

나를 돌보는 사람들

한국보다는 생활 리듬이 조금 느린 나라에서 생활하면서 이 나라 사람들에게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 있었다. '우울증이 있어서 정신과 전문의로부터 상담을 받아'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우울증이 있다는 것도, 정신과 상담을 받는 중이라고 말을 하는 것도 새로웠다. 워크-라이프의 밸런스가 참 잘 맞춰져 있는 이 나라에서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정신과를 찾을까? 한국에서는 정신과 상담을 받는다는 말을 쉽게 못 하는 경우가 많다. 그게 사회적 낙인이 되어버릴까 봐 사람들은 쉽게 정신과에 발을 들이지도 상담을 받는 사실에 대해 털어놓지도 못한다. 하지만 흔한 감기에 걸리는 것처럼 정신과에 가서 자신의 정신 건강을 돌보는 이 나라 사람들을 보며 어쩜 한국 사람들은 자신이 정신적으로 아프다는 사실을 모른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적으로 한국에 비해 무료한 라이프 스타일을 지닌 나라라 우울증 환자들이 많다고도 할 수도 있지만, 행복지수가 높은 이곳에 우울증 환자들이 많다는 것은 모순적인 모습이 아닐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우울증을 우울증이라고 말을 할 수 있는 환경이니까 그 수가 많은 것처럼 느껴진걸 수도 있다. 행복지수가 낮은 한국은 그럼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자신의 정신적 감기를 알아차리지도 돌보지도 못한 채...


이 곳의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우울증을 겪는지는 알 수 없다. 그건 개인사에 따라 다를 테니까. 하지만 행복지수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느낀 부분은 있다. 내가 살아가면서 관찰한 바, 이 곳의 사람들에게는 생각할 시간이 많다. 한국에 비해서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이 많다. 학생의 라이프 스타일을 예로 든다면, 학교를 가고, 달리기를 하거나 필드하키 클럽, 헬스클럽에 가서 운동을 하고, 집에서는 숙제도 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주말에는 가족 또는 친구와 어울리곤 한다. 이들은 하루 일과에 운동을 반드시 넣어서 신체 및 정신 건강을 돌본다. 심지어 대학 교육과정 안에 자신에 대해 고찰하는 과제가 나올 정도로 '나 자신을 잘 알아보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것이 개인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이 곳 사람들은 믿는다. 자신을 돌보는 것이 습관화 및 학습화되어 있기 때문에 행복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의 행복이 곧 전체의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는 사회 분위기인 것이다.


반면, 많은 한국 사람들은 사회의 변화에 발맞춰가느라 늘 바쁘다. 뭔가 안 하면 큰일 날 것처럼 바쁜 사람들이 많다. 학창 시절은 늘 시험을 치고, 취업을 위한 대학 생활을 하고, 직장인이 되어도 늘 뭔가 쫓기듯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게 한국의 속도랄까. 나 역시 빠른 사회의 속도와 사회에서 요구하는 역량에 나를 맞추며 살아가던 때에는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 같다. 내가 과연 잘 살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은 할 겨를이 없고 몰려오는 스트레스를 견뎌낸다. 확실히 한국사람들은 스트레스를 수용해 내는 용량이 크다. 솔직히 워라밸이 매우 좋은 이 곳에서 과로를 겪는 사람들을 보면 한국 사람들이 새삼 대단함을 느낀다. 야근을 하면서도 끈기 있게 버텨내긴 하니까. 스트레스를 받아도 버티는 것에 익숙한 한국 사람들과 비교해서 정신 건강이 몸 건강만큼 돌보는 시간이 필요함을 알고 자신의 정신건강 상태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처음엔 사실 신기했다. 그렇게 하도록 권장하는 사회 환경 역시 행복지수에 한몫을 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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