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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셜L Jan 28. 2021

美친 공부량

액셀러레이터 신입사원의 가장 큰 고충

21세기 지식기반 사회에 공부를 안 하는 직업이 어디 있겠느냐만, 이 회사에 입사하여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점을 꼽으라면 '공부'라는 답변이 잽싸게 입에서 튀어나온다. 입사 후 지금까지- 또한 앞으로도, 나를 채찍질할 액셀러레이팅 회사의 공부란 어떤 것일까?



| 사내교육 프로그램


'입사하고 한 달간은 심부름과 복사만 하게 된다.'는 말은 이 회사에선 적용되지 않는 말이다. 우리 회사에는 신입사원 멘토링(OJT) 프로그램이 있으며, 모든 신입사원은 입사 후 3일간 멘토링 프로그램 Time-table을 따른다. 

나와 같은 경영·경제학 비경력자도 이 프로그램 일정을 거치면 바로 업무를 시작할 수 있으며, 멘토는 신입사원이 업무를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때까지 크로스체크 해준다. 

교육 프로세스가 잡혀있는 회사에서 일하니 업무에 바로 투입되어 '주도적으로 일을 숙지할 수 있음'과 동시에, 멘토가 같이 확인해준다는 '안정감'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주 업무 tool인 'Notion'의 사용법 또한 강의와 매뉴얼로 구성되어 있어서 신입사원이 업무 tool을 익히는데 드는 시행착오와 시간을 줄여준다. 기본적인 서류를 발급하는 방법이나 회사 내부 구조, 히스토리 또한 눈칫밥을 먹듯 알음알음 파악하지 않고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서 확실히 익힐 수 있다.


기본적인 교육 외에도 업무 수행에 있어 필요한 교육을 요청하면 해당 교육이 진행되기도 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창업 보육 매니징에 대한 강의와 TIPS(기술 아이템 보유한 창업팀을 민간 주도로 선발하여 미래 유망 창업기업을 집중 육성하는 프로그램)라는 사업에 대한 강의를 요청하여 교육받은 바가 있다. 더불어 내가 어려워하거나 궁금해하던 내용을 공부할 수 있는 책을 선임들이 직접 구입하여 빌려주시기도 하고 추천해주시기도 했다.




계란은 남이 깨면 달걀 프라이, 스스로 깨고 나오면 병아리가 된다.



| 병아리가 되는 법


도움의 손길이 함께해도 방대한 양의 정보를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 없이 얻기만 하는 것은 불가하다. 또한 주어지는 정보만 task를 해치우듯 외우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배우려는 마음을 먹어야 출근이 두렵지 않다. 나 역시 기업 육성과 투자 단계에 관한 방대한 정보량 때문에 도망가고 싶었던 적이 많았었다. 하지만 낯설었던 용어들이 점차 '아는 것'이 되어가니 흥미가 생기며 더 알아보고 싶은 욕심이 났다. 다행히 우리 회사가 사용하는 업무 tool인 'Notion'에 업무 프로세스나 통합 매뉴얼, 진행상황 등의 자료가 꼼꼼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간접 경험을 하는 것이 가능했다. 


의지가 약해질 만하면 뜻밖의 사건이 일어나 공부 의지를 불태우도록 도왔다. 스케줄에 밀려 헤어스타일을 바꾸겠다는 말만 2개월이 넘어가던 어느 날, 드디어 헤어숍을 찾았다. 파마를 하는 동안 너무나도 쉬고 싶었지만 다소 무기력하게 투자 법령을 인쇄한 종이뭉치를 꺼내어 들었다. 잡지를 읽는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다소 딱딱하게 보이는 법령을 읽는 내가 신기하였는지 헤어디자이너 쌤은 나에게 무슨 일을 하는지 조심스레 물어보셨다. 그렇게 매일 접하고 공부하면서도 '액셀러레이터'를 한 마디로 설명할 자신이 없던 신입은 "요즘 수지가 나오는 드라마 스타트업 아세요? 거기서 한지평 캐릭터가 하는 일이랑 비슷해요."라고 얼렁뚱땅 설명해버렸다. 부끄러움에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느끼는 순간이었다. 


한국의 실리콘 밸리에서 성공을 꿈꾸며 스타트업에 뛰어든 청춘들의 시작과 성장을 그린, 드라마 스타트업




| 업무에 임하는 마인드


다른 말로는 '일을 하는 태도 및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양을 달달 외워야 하는 것도 아닌데 뭐가 힘들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업무를 관통하는 '일 (잘)하는 법'을 머리로 외우는 것과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휴식시간이 단 1분도 나지 않을 정도로 바쁠 때에도 상대의 편의를 최대로 고려하여 일해야 한다. 


액셀러레이터는 스타트업의 핵심인력(대표, 각 분야의 담당자 등)과 함께 일한다. 그리고 그 스타트업의 핵심인력들은 중요한 사업 계획을 실행시키기에도 무척 시간이 부족하다. 고로 '이 정도 업무는 쉬우니까 스스로 할 수 있지 않을까?'와 같은 말은 통용되지 않는다.



게다가 스타트업이 인건비와 인력의 부족을 해소하고 기업 경영에 관련된 모든 분야의 전문성을 구축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혁신적인 기술, 뛰어난 팀,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도 자금 조달, 경영 등의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혀 경영난을 겪는 기업이 적지 않다. 그래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는 기업이 핵심역량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서포트해야 하며, 이는 신입사원이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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