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방심은 응급실 행

by 최정성

“당신은 애를 어떻게 보면 이런 일이 생겨! 만약에 하온이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나 정말 가만히 안 있을 거야! 나도 바로 갈 테니깐 일단 전화 끊어!”

아내는 실성한 사람처럼 소리를 질렀다. 죄인이 된 나는 끊어진 전화기를 붙잡고 고개를 숙였다. 그때 저 멀리서 나를 찾는 의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최하온 보호자님!”


나는 황급히 의사를 향해 뛰어갔다.


우리 집의 구성원은 부부, 어린 아들 그리고 강아지 한 마리다. 평범한 구성원이다. 우리 집 강아지는 총각 시절 때부터 나와 함께 살았다. 아내와 연애할 때도 옆에 있었고, 결혼식 때도 그리고 아들이 태어날 때도 우리와 함께해준 고마운 친구다. 이 친구의 이름은 카라다.


아들이 태어날 무렵, 강아지의 나이는 6살이었다. 강아지를 키우면서 육아를 할 때, 하나의 철칙이 있다. 강아지와 아이는 절대 둘만 두어서는 안 된다. 나는 나름대로 이 원칙을 잘 지켰다. 카라는 작은방과 거실에서 지냈고 아들은 큰방에서 지냈다. 그러던 중 방심이 사고를 불렀다.


아들과 큰방에서 인형 놀이를 했다. 집안의 인형들로 스토리를 만들어 열심히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주었다.


“내 이름은 호쵸쵸야. 호랑이 중에서 제일 용감하지. 난 용사의 마을 출신이야.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멋진 아이 하온이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널 만나러 왔어! 내가 널 지켜 줄게.”


아들은 내 이야기에 까르륵까르륵 웃으며 좋아했다.


“내 이름은 코키냐야. 반가워 하온아. 난 코끼리 마을에서 왔어. 우리 코끼리 마을은 여기서 아주 먼 인도에 있단다. 하온이를 만나기 위해 먼 길을 왔어. 하지만 외롭진 않았어. 여행 중에 호쵸쵸를 만났거든. 저 녀석도 하온이를 만나러 가는 길이라 우린 친구가 되었어. 우린 함께 멋진 여행을 했단다. 정말 멋진 여행이었다. 밤하늘은 언제나 수 많…….”


갑자기 배가 아팠다. 급변이었다. 그러나 화장실에 갈 수 없었다. 급하게 텔레비전 리모컨을 찾았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그것들은 탈출을 위해 더욱 격렬하게 저항했다. 하지만 냉정해야 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손은 똥보다 빠르니깐.’


텔레비전이 켜지는 그 몇 초가 몇 분처럼 느껴졌다. 식은땀이 흘렀다. 그들의 저항은 더욱 강렬해졌다. 한쪽 손으로는 방문을 열고 다른 손으로 리모컨을 쥔 채 텔레비전을 노려보았다. 텔레비전이 켜짐과 동시에 유아 채널로 변경 후 방문을 닫았다. 그리곤 화장실에 뛰어 들어갔다. 참고로 육아를 담당하게 되면 화장실 문을 닫고 볼 일을 보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 화장실 문을 열고 아이의 반응이나 울음소리에 계속 집중해야 한다. 안방의 문을 닫은 이유는 혹여나 거실로 기어 나와 위험한 물건을 만지거나 강아지와 싸우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다행히 아들은 울지 않았다. 집안엔 평온함이 감돌았다. 거사를 마친 후 다시 여유를 찾은 나는 천천히 큰방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땐 몰랐다. 그 문이 지옥문이라는 사실을. 문을 열자 카라가 큰방에 있었다! 아마 거실에 있다가 큰방이 문이 열리자 들어왔던 모양이다. 카라는 나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호소하는 눈빛이었다. 그 눈빛은 평소 카라가 사고를 친 후 반성의 시간에 보이는 눈빛이었다. 그리곤 나와 어딘가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나도 모르게 카라의 눈길에 따라 그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아들이 있었다. 초콜릿 같은 것을 입에 묻힌 채 아들이 있었다. 아들 주변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입가에 무언가가 잔뜩 묻어 있을 뿐! 온몸이 떨려 왔다. 그동안 철저히 관리했는데 한 순간의 방심이 참사를 불렀다. 아들은 개똥을 먹고 있었다. 아니, 개똥을 다 먹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텔레비전을 켜는 동안 그 몇 초 사이에 강아지가 안방에 들어오고, 들어와서 똥을 싸고, 그 똥을 아들이 먹을 확률이 과연 몇 프로나 되겠는가? 하필 그때 똥을 싸다니! 하필 그걸 또 먹다니!


유아들은 입으로 사물을 감별한다. 입에 넣고 맛을 본다. 모든 것을 입에 넣는다. 그래서 유아를 돌볼 때, 웬만한 물건은 바닥에 두어선 안 된다. 정말 철저히 지켰다. 그러나 급변이라는 변수와 잠깐의 방심이 대참사를 낳았다.


급하게 아들의 입을 씻기고 119에 전화를 걸었다. 상황 대처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는 119가 답이다. 119는 구급 활동뿐만 아니라 응급 상황에 대한 대처법을 알려 준다. 119는 친절하게도 병원으로 빨리 갈 것을 권했다.


시간이 늦었기도 해서 근처 대학 병원으로 달려갔다. 응급 접수를 하고 대기하며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뭐? 다시 말해 봐요.”


아내는 이 모든 상황이 믿어지지 않은 듯 다시 되물었다.


“아니,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하온이가 카라 똥을 먹었다고.”


수화기 너머 아내의 긴 한숨 소리가 들렸다.


“당신은 애를 어떻게 보면 이런 일이 생겨! 만약에 하온이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나 정말 가만히 안 있을 거야! 나도 바로 갈 테니깐 일단 전화 끊어!”


“운전 조심해서…….”


내 말이 끝나기 전에 전화는 끊겼다.


아내의 반응이 당연히 이해가 된다. 첫돌도 안 지난 아들이 개똥을 먹었다는데 화가 안 나겠는가? 아내에게도 아들에게도 미안했다. 또한 서럽기도 했다. 그러나 죄인은 말이 없는 법. 죄인이 된 나는 끊어진 전화기를 붙잡고 고개를 숙였다. 그때 저 멀리서 나를 찾는 의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최하온 보호자님!” 나는 황급히 의사를 향해 뛰어갔다. 의사는 하온이의 체온을 잰 후 말했다.


“보호자님 하온이가 먹은 개똥을 어디서 먹었나요?”


“집에서…….”


풀이 죽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보호자로서 아들을 잘 양육하지 못한 질책을 받는 것 같았다. 아니 집에 있으면서 애가 개똥을 먹게 하냐며 의사가 나무랄 것 같았다. 순간 반전이 일어났다.


“다행이네요.”


“네?”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똥을 먹은 거죠? 그러면 괜찮아요. 놀이터나 야지의 똥이 아니고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면 괜찮아요. 하온이 열도 정상이고요. 응급 진료 취소해드릴 테니 그냥 가셔도 돼요.”


사람이란 것이 참 간사하다. 하온이가 괜찮다는 말을 듣는 순간 응급실의 진료비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응급 진료를 취소해 준다는 의사의 말이 어찌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아내가 땀 흘려 번 돈인데 천 원짜리 한 장도 소중했다. 다행히 모든 것이 해피엔딩인 듯했다.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은 사건이 있었다. 아내가 오고 있었다.


나와 아들은 응급실 입구 옆 소파에 앉아 아내를 기다렸다. 별 탈 없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 전화를 했다. 그러나 아내는 받지 않았다. 급하게 운전하고 오느라 핸드폰이 울리는지도 모르는 듯했다.


병원이 어떤 곳인지 하온이가 아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놀라고 걱정하는 아빠의 감정은 아이에게 전달되지 않았을까? 아들도 분명 긴장했을 것이다. 긴장이 풀어졌는지 아들은 이내 내 품에서 잠이 들었다. 아들의 작고 여리 여리한 손을 매만졌다. 부드러운 그 손에서는 연하게 구린 냄새가 났다. 개똥 냄새가 분명했다. 아들의 손을 다시 킁킁거린 후 물티슈로 닦아 주고 있었다.


그때 웬 여자가 정신없이 응급실로 뛰어 들어왔다. 그녀는 곧장 응급실 병동으로 뛰어들었다. 병동 앞을 지키는 병원 직원이 무슨 일이냐며 아내를 막아섰다. 아내는 병원 직원과 몸싸움 아닌 몸싸움을 하며 “비켜요! 지금 우리 아이가 안에 있다고요!”를 연신 외쳤다. 재난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외면하고 싶었다. 숨고 싶었다. 지금 아내의 상태를 보아 난 죽은 목숨이 분명했다. 그러나 외면하면 정말 죽을지도 몰랐다.


난 병동 입구에서 10미터 정도 떨어져서 조심스럽게 아내를 불렀다. 아내는 돌아보지 않았다. 조금 더 큰 목소리로 아내를 불렀다. 순간 아내는 우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내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내는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뛰어 왔다. 엄청난 스피드였다. 공포 영화에서 귀신이 갑자기 다가오는 그런 느낌. 공포와 전율이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무서웠는지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소름이 돋는다.


아내는 내 아들, 내 아들을 연신 외치며 내 품 안에서 잠들어 있는 아들을 확인했다. 그리곤 야차와 같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의사가 뭐래? 위세척해야 된대? 생명엔 지장이 없대?”


“아니, 그게…….”


아내는 이미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우리 아들 어떻게 해? 심각한 수순이야?”


아내의 반응이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과격해서 무서웠다.


“그냥 가래.”


아내는 황당해하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농담하지 말라며 자신은 각오하고 있으니 사실대로 말해달란다. 난 아내의 양쪽 어깨를 잡고 천천히 말했다.


“진정하고 들어. 울지 말고. 아무 이상도 없으니 그냥 가래. 병원비도 안 받는데. 정말 아무 문제없어. 걱정 마.”


아내는 처음엔 당황하다 이내 긴장이 풀렸는지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곤 엉엉 울기 시작했다. 다행이라고 연신 중얼거리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난 조심스럽게 물었다. 바퀴벌레를 만났을 때를 빼곤 언제나 침착한 아내다. 그런 아내가 너무 격한 반응을 해 의아했다. 아내는 인터넷의 맘 카페에 아이가 개똥을 먹었는데 문제가 있냐고 글을 올렸다고 했다. 그리고 달린 답글들이 가관이었다. 개똥은 병원균 덩어리라는 글부터 수족구의 원인이 개똥이라는 글들 위세척해야 한다는 글들과 심각하면 뇌손상이 온다는 글들까지. 그런 글들을 읽었다면 나라도 아내와 같은 반응을 했을 것 같다. 다시금 아내를 토닥였다.


“여보, 미안해. 내가 화장실 간 사이에 일이 터졌어. 그래도 별 문제없다니 참 다행이다. 너무 놀랍지? 미안해. 내가 더 잘할게.”


아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개똥 사건은 마무리되었다.


이날의 소동은 몇 가지 교훈을 주었다. 육아 현장에서는 1초도 방심해선 안 된다. 결과가 분명하게 나오기 전엔 아내에게 연락해선 안 된다. 그리고 인터넷 정보를 맹신하지 말자는 교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