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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성 Feb 21. 2022

소설 혼을 읽고

윤재광 "혼"

살다 보면 이런 책 저런 책을 만나게 된다. 이런저런 책을 만나는 것은 이런저런 세계를 만나는 것과 같다. 모든 책들은 저마다의 세계를 품고 있다. 

이 책 “혼”은 나의 세계관과는 전혀 다른 세계관을 지니고 있다. 나는 무속과 관련 있는 책은 읽지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무속에 관한 소설은 아니다. 

이 소설은 무속적인 세계관 혹은 신비주의적이고 샤머니즘적인 세계관을 통해 인간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이데거는 인간이 자기 존재의 본질을 만날 때, 자신의 존재 본질의 망각에서 벗어나서 자기 본질로 살아간다고 진술한다. 인간의 자기 본질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죽음이다. 죽음 체험을 통해 인간은 인간의 참 본질로 살아가게 된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 그러나 인간은 죽음을 거부하고자 한다. 왜 인간은 죽음을 두려워할까? 그리고 하이데거는 왜 죽음 체험이 인간을 본질로 이끈다고 했을까? 사실 이는 같은 것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이다. 이 둘은 같은 생각을 한다. 인간은 반드시 죽는다. 그런데 하이데거에게는 죽음은 피할 방도가 없다. 인간은 죽음을 외면하길 원한다. 그것은 미지의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나에게 오지만 누구도 죽음에 대해 모른다. 이는 무지에서 오는 공포와 같다. 하이데거는 오히려 이 공포가 지금 여기서 살아가는 현재적인 존재를 만든다고 생각했다. 

반면 죽음을 모면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있다. 그 옛날 중국을 통일했던 어떤 황제가 그러했고 수많은 도인들은 신선이 됨으로 죽음을 넘어서고 싶어 했다. 그러나 인간은 죽는다. 영생은 인간의 욕망이 탐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책 소개에 앞서 서설이 참 길었다. 이 책 “혼”은 이 영생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이 욕망이 과거의 것에서 시작하여 현재에 이르는 어떠한 카르마를 보여준다. 

금기는 위반을 부른다. 그러나 죽음의 필연성, 그리고 그것을 거부하고 싶은 욕망, 이 욕망이 불러오는 금기의 위반을 “혼”은 담고 있다. 나는 이 이야기가 단순히 죽음에 대한 샤머니즘적인 이야기 아니라고 본다. 우리는 언제나 욕망한다. 그리고 그 욕망의 실현을 위해 타인을 착취하고 병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애써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고 덮어버린다. 즉 자기 욕망을 위해 타인을 소거해 버리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일상이다. 그렇기에 나의 삶은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 이어진다. 

우리의 일상에서 발생되는 불편한 것들을 우리는 지워버린다. 혹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만든다. 이 책 “혼”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이와 같은 짓을 통해 타인의 삶을 노략질한다. 그렇기에 이 책 “혼”은 단순히 미스터리 소설이 아니다. 이 책은 우리의 욕망과 타자의 지워짐을 문학적 장치를 통해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나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열심히 오늘도 달린 당신, 당신이 모르는 사이에 당신의 옆에 당신 욕망의 희생자가 있지는 않은가? 이 책을 통해 한 번쯤 고민해 보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책 소개를 마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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