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분수에 맞게 사세요
지금 오빠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 남들이 흉볼지 모르겠지만 오빠의 거의 모든 내부적일을 내가 하고 있다. 이사도 그중 하나이다. 왜 이렇게 됐냐하면 오빠가 아직 장가를 못가서이다. (물론 거지같은 말임을 안다. 웃긴 얘길 나도 하고 있다) 그리고 또 내가 경제적인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돈이 없다. 일을 매일 하는데도 없다. 내가 하는 일엔 돈이 안벌리기 때문이다. 오빠 카드로 생활비를 연명하고 있다. 자의든 타의든 나는 할 도리를 하려고 한다.
오빠집을 월세로 구했다. 왠만큼 공사가 된 오랜 11평짜리 아파트이다. 주방이 좀 좋지 않다. 그래도 오빠는 요리도 하지 않고 살림도 하지 않기 때문에 계약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사 하기 전에 청소를 하러 왔다. 주방이 시트지가 떨어지고 찌든때 정도만 묻은줄 알았는데 바퀴벌레와 알이 너무 많았다. 아, 정말,
사진과 함께 집주인에게 보냈다. 다 떨어져가는 시트지 사진도 함께 보냈다. 주방쪽에 수리를 해야하지 않겠냐고, 시트지 교환하는데 견적이 40만원 나온다는데 제가 반 정도 부담 할테니 할 생각이 없냐 여쭤보았다. 답은? 분수 넘치는 소리 하지말고 다이소에서 사온 시트지 있으니까 그거 바르고 꼭 하고싶으면 알아서 하라고 무슨 말인지 알죠? 라고 말했다.
순간 피가 거꾸로 올랐다. 집주인은 영감이다. 나이 많은 남자 영감이다. 나는 여자이고 그 보다는 나이가 적다. 나는 가부장제가 싫다 아주 싫다. 내가 가부장제 부역자라고 해도, 그래도 싫다. 이런데서도 티가 나는거다. 그 전에도 그랬다. 그래도 자기가 어른인데 어떻게 자기한테 그렇게 쏘아붙이냐고.. 내가 그래서 “제가요? “라고 되물었다. 그는 집주인이고, 가진자인데, 어린 여자애가 왜 자꾸 자기 말에 토를 다는냐이다. 미안하지만 나는 토를 다는게 아니고 너의 눈을 똑바로 보고 내가 원하는 것을 그냥 얘기했을뿐이다. 그것도 사실은 내가 너의 그 관계적인 포지션도 이해하려하고 얘기한것니 그렇게 푸쉬도 아니었는데 그는 어린 여자 애가 .. 감히.. 이런 배경이 껴 있는것 같다. “ 분수에 맞게 살라”에서 무슨 수평적 인격적 이야기가 오가겠는가.
분수가 뭔데? 세입자는 고개 수구리면서 을처럼 굴고 집주인 갑이 no라고 말하면 아 예예 하면서 아무런 발언권도 선택권도 없는게 분수인가?
너무 화가났다. 나는 이런데서 너무 화가난다. 알량한 권력으로 아래 위를 나누고 그리고 그 힘을 아무렇지 않게 남을 저평가 하는데 써버는것, 나는 그게 너무 참을수 없이 화가난다. 그래서 솔직히 계약금도 버리고 내가 청소 한 3일의 노동력도 버리고 계역을 깰까했다. 그리고 꼭 사과를 받으려고 했다. 돈도 중요하지만 내 자존감이 너무 상했고 앞으로 살면서도 자꾸 갑처럼 굴것 같은게 싫었다. 하지만 오늘 하루를 끝에도 나는 결국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냥 그런 생각이든다. 이런 차별의 상처가 자신의 어떤 에너지가 되서, 나중에 자신의 원하는걸 가지게 되는 동력이 되고 결국 자길 키웠다 이런 뭣같은 얘길 하고싶지도 않다. 더군다나 이러한 상처가 만든 결핍이 나중에 똑같은 폭력으로 되풀이되는 것을 너무 많이 봐왔다.
내가 지금 할수 있는건 심리적인 복수밖에 없는데, 공감도 지능순이고 대화도 되는 사람과 하는거라고. 마음을 내려놓고 수긍하고 소통하려해도 시도하는 사람이 결국 상처를 더 많이 받는다. 그 내부적으로는 이상한 권력관계가 타당성을 가진다. 가진 사람일수록 나누어야 한다는 내 생각은 정말 내 생각일 뿐인것이다. 그래도 미안하지만 분수껏 살라는 말에 당신의 발언권은 없다. 내 분수는 내가 알고 내가 알아서 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