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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규 May 28. 2020

코로나-19 치료진이 준비해야 할 것

이것의 이름을 몰랐는데, 이번에 알았습니다.

코로나-19 가 확산되면서, 우리 병원의 의료진들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래, 우리가 또 전담병원이 되겠지"


2015년 메르스 감염 때 국립의료원과 함께 서울의료원은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이 되었었다. 별도 건물에 있는 국가지정 격리병상을 다 채우고도 병상은 모자랐고, 병원의 13층 전체를 감염병동으로 지정해서 공조 시스템을 완전히 분리시키고, 모든 병실에 음압 시스템을 설치한 다음, 12층 전체를 비워서 감염병동 진입을 위한 터미널 스테이션으로 바꾸고 환자를 입원시켜서 치료했었다. 

2015년의 메르스 총감염자는 186명이었지만, 코로나-19는 2월 마지막 주에 이미 3천 명을 돌파했다. 10개의 국가지정 격리병상으로는 감당할 수 없었다. 병원 전체 입원환자를 퇴원시키고,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환자들은 다른 병원으로 전원시켰다. 준비가 된 병동부터 순서대로 코로나-19 환자를 입원시키기 시작했다. 


코로나 전담 의료진 역시 준비되었다. 처음에는 감염내과와 호흡기내과 전문의 3명이 국가지정 격리병상 전담 의료진으로 투입되었고, 병원 본관 건물에 환자들이 입원하는 숫자에 따라서, 1차, 2차, 3차 의료진이 투입되었다. 그리고 나는 4차 의료진으로 투입되었다.


4차 의료진으로 투입이 결정되고 나서, 가장 먼저 걱정스러웠던 것은, 이제는 다들 "방호복"이라고 부르는 개인보호장비(PPE, Personal Protective Equipment)의 착용과 이탈이었다. 쉽게 설명하면 방호복 입고 벗는 방법이다. 특히 벗을 때 오염이 되지 않도록 정확하게 벗는 방법이 중요하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올린 유튜브 동영상을 몇 번 돌려보았지만 걱정스러운 마음은 나아지지가 않아서 "방호복" 한 세트를 받아서 따로 연습을 했다.(당시에 물자가 부족해서 쉽게 허락되는 일은 아니었다)


https://youtu.be/5nkuxX4mPHo

질병관리본부에서 제공하는 PPE 착용/이탈법 동영상


그런데 선배들이 "이것"을 꼭 준비하라고 했다. 

이것이 없으면 방호복을 벗는 마지막 단계에서 안경이 날아갈 수 있다고. 고글을 벗을 때 이미 몇 번씩 떨어뜨린 사람들이 있다고. 일단 떨어지면 주워서 다시 닦더라도 쓸 때 굉장히 찜찜하다고.


"이것"의 이름을 잘 몰라서, 나는 다니던 안경원에 가서 문의를 했고, 감사하게도 한 쌍을 무료로 주셨다.

("다비치 안경" 늘 감사드립니다.)


이것의 이름은 "안경 귀고무"이다


"안경 귀고무"로 검색하면 500원부터 6,000원까지 다양한 제품이 나와 있지만, 배송료가 2,500원에서 3,000원까지 붙으니, 가능하면 안경원에 방문하시는 것을 추천드린다.


얼마 전에도 함께 일하는 간호사가 탈의실서 안경 떨어진 것을 발견했다면서 주인을 찾고 있었다. (안경을 잃어버린 것을 모를 리는 없고, 누군가가 찜찜한 나머지 그냥 버렸을 것으로 생각된다.) 나는 지난 두 달 반 동안 한 번도 "방호복"을 벗으면서 안경이 벗겨진 적이 없었다. 단, 오래 착용하고 있으니 귀는 좀 아프더라. 작아서 잃어버리기 쉬우니 주의해서 보관해야 한다.



물론 고글과 안경은 늘 김이 서리기 때문에 "김서림 방지제"는 필수품이다. 하지만 30분 이상 유지되는 김서림 방지제는 없었다. 만일 정밀한 시술을 해야 한다면, 반드시 PAPR (Powered Air-Purifying Respirator)를 착용해야 한다. 



이 사진 찍다가 안경 귀고무를 잃어버렸다. 결국 다시 '다비치 안경원' 신세를 지게 되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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