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좋은 물고기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by Eric H


며칠 전 죽음만을 기다리던 물고기를 살려준 적이 있다.


그리고 3일간 퇴근 후 저녁마다 말라가는 개천을 돌아다니며, 어딘가 고립되어 있을 물고기들을 찾아 나섰다. 아래에 공간이 있을 것 같은, 큰 바위를 들춰보니, 수심 1cm도 안 되는 곳에서 여러 물고기들이 살아보려 움직이고 있었다.


사람은 타자에 자신을 투사해서 본다고 하는데, 나는 그 물고기들을 보며 나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어떤 노력도 결실을 맺을 수 없을 것 같은 현실, 나 스스로 아무리 노력해도 생존을 이어가기에는 희망이 없어 보이는 상황, 그 자리에서 물고기가 자신의 힘을 최대한 적게 쓰면서, 조금이라도 더 깊은(그래도 자신의 몸을 푹 잠기게 할 수도 없는, 혹시나 약간 땅을 파고 들어가는 정도) 곳에 들어간다 한들, 다른 물고기들보다 생명을 몇 시간 더 연장할 뿐이다. 그다음 날 다시 가보니, 그곳은 맨땅처럼 말라 있었다. 그리고 미처 밤에는 보지 못한, 작은 물고기들이 죽어 있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들 중 몇몇에게만 도움의 손길을 주는 것처럼 보인다. 아마도, 그 개천에는 내가 살려내지 못한 수많은 물고기들이 있을 것이다. 인간 세상도 그렇겠지, 나를 만난 물고기들은, 다시 물이 있는 곳에서 정말 힘 있게 헤엄쳐 자신을 길을 찾아갔다. 작은 웅덩이에서 꼼짝 못 하던 친구들이, 물에서는 어찌 그리 빠르고 날렵하던지.. 우리 물고기 친구들처럼, 모두가 자신이 잘 헤엄칠 수 있는 곳을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이 물고기들은 서로를 도와주는데 한계가 있겠지만, 신의 형상으로 창조된 그리고 세상 경영을 위임받은 인간들은 관심과 사랑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 구원자‘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시간이 걸리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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