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와 월급쟁이 임원의 차이
기업의 임원들은 그 자부심이 대단하다. 평사원으로 입사해 임원이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20여 년. 업무 능력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라인을 잡고 긴 시간 살아남아야 한다. 그래서 임원이 되었을 때 그들의 과시욕은 하늘을 찌른다. 사무실의 크기와 책상, 회의 테이블과 카펫 모두 새것으로 바꾸고 싶고 최고급으로 집무실을 채우고 싶어 한다.
중앙아시아 한 국가에 자리 잡은 생산지를 방문하였을 때 그곳의 낙후함과 초라함에 깜짝 놀랐다. 도심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산업지대에 위치한 그곳은 깔끔한 한국식 공장의 형태가 아닌 기존 오래된 공장을 리모델링해 라인을 집어넣은 형태였다. 생산동은 시멘트 벽에 슬레이트 지붕을 얹어 놓은 수준이었고, 사무동은 주택을 개조해 놓은 듯 천고는 낮고 사무실을 좁디좁았다.
법인장이 사무실 이전을 적극 추진하고 있었는데 그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임원 승진하고 왔는데 초라해도 그렇게 초라할 수가 없었다. 이십 년 학수고대 임원이 되었는데 시골에 처박혀 코딱지만 한 사무실에 앉아있는 법인장이라니. 속상할 만하였다.
점심시간에 식당동으로 이동하니 이곳은 시장통이 따로 없었다. 다닥다닥 붙어서 간이 식탁과 간이 의자에 앉아 점심을 먹는 모습을 보며 경악했다. 이건 아니잖아. 앉아서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정신없이 식사를 마쳤다.
점심 후에 커피 한 잔 하러 갈 곳도 없었다. 회의실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후배에게 말했다.
"법인장님이 사무실 이전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알겠다"
후배가 깔깔깔 웃으면서 대답했다.
"우리 사무실 이전 못해요. 지난달에 회장님 다녀가셨잖아요. 회장님이 뭐라고 하셨는지 아세요?"
"돈은 이렇게 버는 거야!"
"풋!" 마시던 커피를 뿜을 뻔하였다.
오너와 월급쟁이의 차이는 이런 것이다. 월급쟁이 임원은 회사 돈 써서 자신의 집무실을 화려하게 꾸미고 싶은데, 오너는 자신의 돈으로 쓸데없이 치장하지 않은 공장이 좋은 것이다.
어느 투자 관련 책에서 숨은 저평가 주식을 찾는 방법 중 하나가 후미진 곳의 작은 사무실이지만 본질에 충실한 기업을 찾는 것이라는 부분을 읽으면서 오래 전 기억이 소환되었다.
<돈 공부를 시작하고 인생의 불안이 사라졌다>의 저자 유튜버 할미언니의 부르짖음. "1원도 돈이다!" 자주 곱씹어본다. 1원이라도 아껴보고, 1원이라도 놀지 않게 하라는 일침. 전에는 예금을 할 때 최하 만원 단위로 끊어서 넣었는데 지금은 1원까지 싹싹 긁어서 넣는다. 그리고 그 1원에게 말해준다. "놀면 뭐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