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라는 말의 다정함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보다

by lexicolo

2025 서울 국제 도서전에 다녀왔다.


작년에는 마지막날 방문하여 너무 정신이 없어서 올해는 첫째날 서둘러 갔다. 편한 옷, 편한 신발 그리고 절대 무겁게 무엇을 사지 않으리라는 결심으로 작은 숄더백 하나만을 들고서.


도착한 시각은 점심 시간 바로 직전. 오픈 세러머니도 끝났을 것이고 부지런한 오픈러너들은 입장을 마쳤으리라는 예상과 함께. 다행히도 티켓 스탠드는 한산했고 차분하게 입장띠지를 받아 들었다. 화장실도 다녀오고 물도 좀 마시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입장~


사람 정말 많다. 공간은 웅웅거리는 소리로 채워졌고, 차분히 책들을 들여다 보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처음 한바퀴는 천천히 어떤 출판사들이 자리잡았나, 각 출판사들의 올해의 컬러는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소전문화재단 읽는 사람 부스에서 리유저블백을 하나 받아 들었다. 아무것도 집으로 가져가지 않겠다던 결심은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와르르 무너졌기에.


본격적으로 출판사 부스들을 돌아보는데, 책의 '작품성'과 '상품성'의 줄다리기 가운데 끼어 이리 저리 휘둘리다보니 쉬이 지쳤다. 폐쇄된 공간에 사람이 많으니 공기가 탁해져 머리가 띵~한 것도 한 몫 했던 것 같다. 대형 출판사의 직원들은 '과로'로 얼굴들이 부어 있어 안스러웠고, 작은 출판사 사장님들의 '고뇌'가 보여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다.


지친 몸과 무거워진 마음으로 전시장을 나왔다. 늦은 점심을 먹어보자. 간단하게 치킨 데리야키 덮밥으로 요기를 하고 다시 들어오니 다시 돌아볼 힘도 마음도 충전되어 있다. 이제는 살살 돌아다니면 각 부스에서 하는 소소한 이벤트에 참가한다. 필사도 해보고 행운권 추첨도 해보고, 도장찍기 행사에도 참여해 본다. 쏠쏠하게 스티커도 받고, 필사 노트도 손에 쥐고 텀블러도 선물로 받는다. 지쳐가던 마음에 샘물 같은 선물들. 즐거움이 더해진 듯 했다.


이제 슬슬 가볼까 발걸음을 돌리는데 한무리의 사람들이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하며 지나간다. '엥~ 누구지? 어떤 작가가 저렇게 경호를 몰고 다니지?' 고개를 돌리는데 한 아이 엄마가 갑자기 "대박~" 하면서 아이를 들쳐 안고 달린다. '누구길래 저러는거야~' 출구쪽으로 방향을 트는데, "평산책방 가시나봐~". '헐~ 평산? 문재인 전대통령?'. 나도 모르게 총총총 따라간다. 따라가다보니 굿즈 매대들이 모여있는 섹션이다. 거기서 여기 저기 인사하며 돌아보는 흰머리의 문재인 전대통령. 멀리서 눈에 담고 있는데 뒤에 있는 어떤 여자분이 남편에게 다정하게 말한다. "어~ 되게 반갑다~". 그 한마디에 '아.. 저 분은 누군가에게 반가운 존재이시구나...'


번잡하고 분주했던 서울 국제 도서전에서 내게 가장 크게 다가온 다정한 말 한마디, "반갑다~"


돌아오는 길에 내 평생에 나도 모르는 누군가가 먼 발치에서 "어~ 되게 반갑다~"라고 한 마디 해 준다면 그 삶은 정말 충분한 삶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 삶이 되도록 하루 하루 진정성 있게 살아야겠다 다짐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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