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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침잠 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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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항녀 Jul 02. 2024

자아

엄마, 아빠가 몇 시간 나갔다 오더니 갈색 상자를 내 앞에 내려놓았다. 구멍이 뚫려있는 상자. 어릴 때 어디선가 본 듯도 하고.


엄마, 아빠는 웃으면서 내게 말한다. “동생 데려왔으니까 잘 지내보자. 귀여운 아기고양이야. “ 그 말과 함께 엄마가 박스를 열었다.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회색 물체. 고양이란 동물이구나.


엄마랑 아빠가 이름을 고민하는 듯하더니 내 이름 첫 글자를 따서 ‘깜순’이라고 짓겠다 한다. 고양이랑 내 이름을 왜 비슷하게 짓는지 모르겠다.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그 ’ 깜순‘이라는 아기 고양이는 나를 보며 ’ 하악‘하고 소리를 낸다. 엄마, 아빠한테는 그런 소리도 안 내는데 나만 보면 그런다. 내가 아직 어른이 아니라서 만만한가 보다.


밥 먹을 시간이 됐다. 오늘의 메뉴는 고등어. 고등어 향이 강하다. 내 밥을 챙겨주고는 그 아기고양이에게 밥을 준다. 걔가 먹는 건 밥이 아니라 먹이라고 해야겠지.


참 특이하게 생겼다. 엄마, 아빠처럼 피부가 드러나지 않고 온몸이 털로 덮여있다. 꼬리도 길다. 저런 모습이 엄마, 아빠는 귀여운가 보다.


열심히 밥을 먹고 있는데 어느샌가 이 고양이 녀석이 내 밥이 궁금한지 다가왔다. 그러더니 머리를 쑥 하고 들이밀고는 내 밥에 입을 댔다. ‘아 불쾌해’ 불쾌한 감정에 밥을 먹다 말았다.


엄마, 아빠한테 가서 다 말해야지.


“야옹야옹야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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